이제 도로에서 못 뛰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트레일 러닝의 매력

by 롱러너


나는 대학교 러닝 크루에서 러닝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약 6년째 꾸준히 달리고 있어 러닝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트레일 러닝을 시작한 지는 약 2년 정도 되었는데, 운동 친구들과 재작년에 서울에 위치한 산으로 트레일 러닝을 시작했다.


평지에서 뛰는 것을 로드 러닝, 산에서 뛰는 것을 트레일 러닝이라고 하고, 지극히 일반인 러너로서 느낀 트레일 러닝이 더 좋은 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 트레일 러닝은 포장된 도로가 아닌 자연 속 비포장 길(트레일)을 달리는 러닝 스포츠이다. 산, 숲, 사막, 언덕, 초원 등 다양한 자연 지형에서 달린다.


트레일 러닝에 푹 빠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드 러닝을 내면의 힘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꾸준히 했지만 반대로 나는 경쟁심이 높은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다 보니, 같은 거리를 더 짧은 시간에 뛰기 위한 노력을 하곤 했다.


로드 러닝은 개최 지역에 따라 오르막, 내리막에서 약간 차이가 있지만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42.195km라는 똑같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내 기록을 다른 사람의 것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다. ‘누가 서브 3을 이뤘다더라(마라톤을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 ‘누가 10km를 40분 안에 들어왔다더라’ 하는 정보는, 현재보다 더 의식의 수준이 낮았던 그때의 나에게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같이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트레일 러닝은 개최 지역마다 거리, 고도, 제한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한라산을 끼고 열리는 [트랜스 제주]라는 대회의 50km 부문은 거리 58km, 누적 상승 고도 2,110m이고, 장수군에서 열리는 [장수트레일레이스]의 38km-J 부문은 거리 38.8km, 누적 상승 고도가 2,431m이다. 굳이 비교해 보겠다면 같은 대회 내에서 시간을 두고 해 볼 수 있지만, 대회끼리는 기준이 다르니 비교가 무용지물이다.


이제 나의 목표는 오로지 제한 시간 이내 완주가 되었다. 트레일 러닝으로부터 배운 완주의 기쁨은 다른 운동을 할 때도 떠올리게 만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푹 빠지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자연에서 뛴다는 것이다. 자연을 끼고 있는 도시에서 개최한다면 로드 러닝도 다채로운 풍경에서 즐길 수 있지만, 대부분 큰 대회는 도시에서 열리고 지형이 평평하기 때문에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반대로 트레일 러닝은 오늘과 내일의 모습이 다른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지형이 흙, 돌, 자갈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반대로 이건 위험한 점이 될 수 있는데, 다양한 지형에 한 틈이라도 긴장을 풀게 되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걸려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단 몇 발자국 앞의 바닥만을 쳐다보며 긴장하던 몸을 이끌고 가다가 어느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마주할 때면, 그 광활함을 끼고 내 의지로 뛰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정말 살아있다는 자유와 행복을 느낀다.


로드 러닝을 통해서도 상쾌함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지만, 체감상 트레일 러닝이 100배가 더 크다. 그래서 로드 러닝보다 긴 거리를 뛰어야 할 지라도 부담으로만 다가오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이 든다. 대회가 아닌 축제 같다.


올해 첫 100km 트레일 러닝에 도전을 앞두고 있다. 훈련이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그것마저 여행처럼 느낄 수 있길. 그걸 발판 삼아 외국의 대회에 도전하는 용기를 얻길. 마지막으로, 돈으로 얻는 일시적인 행복보다 긴 시간을 노력해서 얻어낸 행복이 더 큰 가치가 있음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길 스스로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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