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실 나는 요즘 운동장을 돌고 있어

by 늘봄맘

얼마 전, 둘째 찬이의 생일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생일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문화가 있어서, 우리도 찬이의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어주었다.

파티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름에 생일이 있는 첫째 준이의 생일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준이에게는 원래 친하게 지내던 A라는 친구가 있었고, 최근 전학 온 B라는 친구와도 가까워졌다.

B는 내가 그 아이의 엄마와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함께 어울리게 된 친구였다.

이 아이들과 C, D 같은 몇몇 친구들이 더해져 준이 나름의 작은 그룹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A, B 그리고 같이 노는 C랑 D도 초대할까?”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엄마, 나 진짜 파티 안 해도 괜찮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상관없어. 나 그리고 요즘에는 쉬는 시간에 그냥 운동장을 혼자 걷고 있어. 그래서 걔네들과 그렇게까지 친하게 지내지 않아.”


‘혼자 운동장을 걷고 있다니?’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친구들이 축구나 피구를 할 때는 참여하지만, 술래잡기를 할 때는 별로 즐겁지 않아서 그 시간에는 운동장을 혼자 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친구들이 술래잡기만 자주 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준이는 좋아하는 것에는 깊게 빠지지만, 관심 없는 것에는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는 아이였다.


“준이야, 그런데 혼자 운동장을 걷고 있으면 힘들거나 외롭지 않아?”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오히려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운동장을 걷는 게 왜 힘들어? 그냥 지루하긴 해도, 힘들거나 외롭지는 않아.”


아, 준이는 억지로 하기 싫은 걸 하기보다는, 차라리 혼자 있는 쪽을 택하는 아이구나.

나였더라면 술래잡기가 조금 싫어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어울렸을 텐데, 준이는 확실히 대인 관계에서의 동기가 크지 않은 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럼 다시 친구들이랑 놀고 싶으면 같이 노는 거야?”

“응.”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데 정작 마음이 불편한 쪽은 나였다.

혹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술래잡기를 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혹시 이렇게 계속 혼자 지내게 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돌려서 물어봐도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이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마음 문제다.

아이의 성향, 곧 대인동기를 억지로 바꿀 수는 없으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내 불편함은 내가 들여다보고 돌봐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준이는 또래에 휘둘리기보다는 자기 감각을 믿고 선택할 줄 아는 아이였다.

자신이 피곤하거나 부담스러울 때는 스스로 거리를 두며 자기 보호를 하는 능력이 있다.

이는 자기 감정에 민감하고,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아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돌봐야 할 것은 아이가 아니라, 내 마음이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집단에서는 강하게 내 의견을 내기보다는, 되도록 분위기를 맞추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준이처럼 자신의 감각을 우선시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의 태도가 처음엔 다소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아이의 고유한 성향이자 장점이다.

나는 그저,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참고로, 아이가 술래잡기를 싫어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뛰어야 하고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수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후에는 다시 술래잡기를 하며 놀게 되었다. 하지만 잡고 도망쳐야하는 약간 스릴이 있는 놀이는 여전히 선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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