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혹시 아스퍼거 증후군?

by 늘봄맘

내가 처음으로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본 건, 아이가 일곱 살이었을 때였다.

당시 아이가 수학에 관심을 보이기에 오르다 교구 선생님을 모셨는데, 몇 차례 수업 후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이가 수학적으로 굉장히 재능이 많은데, 눈맞춤이 잘 되지 않고 산만한 모습이 있어요.”


‘산만하다’는 피드백도 신경 쓰였지만, ‘눈맞춤이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눈맞춤이 어려운 건 자폐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 아닌가?


하지만 그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는 나와는 눈을 잘 마주쳤고, 내가 알고 있는 자폐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를테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다거나—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물론 말과 걸음이 느리고 전반적인 발달이 또래보다 살짝 늦긴 했지만, 그런 모습만으로 아이를 자폐라고 의심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것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를 잘 몰랐던 것이다.


‘혹시 우리 아이가 자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다시 든 건 불과 얼마 전 아이가 열 살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또래와 어울릴 때 눈치 없는 듯한 모습이 보였고, 주변에서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을 접하면서 의문이 커졌다.


우연히 자폐 아이를 둔 엄마 J를 알게 되었는데, 그 아이는 우리 아이보다도 더 눈맞춤도 잘 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누는 모습이었다.

둘째 찬이가 놀러 가면 그 아이와 잘 대화를 했기 때문에, 말해주지 않았다면 전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아이였다.


J가 자녀가 자폐일 수 있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기 때 밤마다 자주 깨고, 벽에 머리를 박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걸을 때 자주 넘어지고, 특정 스크립트를 외워 반복적으로 말하는 특성이 있었다고 했다. J는 아이에게 장기적으로 변비약을 먹이고 있다며, 많은 자폐 아이들이 만성 변비를 겪는다고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떠올렸다. 준이 역시 두 돌이 될 때까지 밤에 두세 번씩 깨서 안아 달래며 재워야 했다.

J의 아이는 트램폴린에서 뛴 후에야 안정이 되며 다시 잠들었는데 나는 인간 트램폴린이 되어 둥둥 몸을 움직여줘야 아이가 잠들곤 했다.

그리고 준이는 3~4세 땐 만성 변비로 6개월 이상 약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아침마다 종종 아랫배가 아프다고 한다.

많은 자폐아동들처럼 준이는 아토피를 갖고있다.


이런 점들을 떠올리며 나는 솔직히 약간 패닉 상태가 되었다.

“설마 내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걸까?”

ADHD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도 더 충격이 컸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듯, ADHD도 경로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으며, 수면과 장 문제는 자폐아동들뿐 아니라 ADHD 아동에게도 흔하다. 그리고 ADHD를 갖고 있는 아동도 눈맞춤이 힘들 수 있다. 혹시 당신의 아이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해도, 나처럼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고기능 자폐 성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유튜브와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폐 아동은 일반적으로 균형 감각이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준이는 대근육 활동은 느려도 균형 감각은 꽤 좋아서 두발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를 잘 탔다.

그러다 아스퍼거 관련 커뮤니티 글에서,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해서 반드시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신경 발달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신체적 특징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음 두 권의 책을 읽으며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은 신체 증상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아스퍼거 증후군)》,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스퍼거 장애 아동을 잘 키우는 방법》 (Kathryn Stewart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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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 요약

(챗 GPT의 도움을 받았으나 내용은 책과 대동소이함을 밝힌다.)


1.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눈맞춤,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소통이 어색하거나 부족함

또래와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 (일방적인 대화, 자기중심적 소통)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 파악에 어려움

2. 의사소통의 독특함

어휘력은 풍부하지만 말의 뉘앙스, 농담, 은유를 이해하는 데 약함

말투가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공식적일 수 있음

3.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사

특정 주제에 강한 집착 (예: 기차, 숫자, 공룡 등)

변화에 대한 저항, 일상의 루틴이 바뀌면 불안

4. 감각 민감성

소리, 냄새, 촉감, 빛 등에 과민하거나 둔감

예: 옷 태그에 민감하거나 특정 소리에 과잉 반응

5. 인지적 특징

지능은 평균 이상일 수 있으나 융통성이 부족하거나, 추론이 어려운 경우도 있음

6. 정서 조절의 어려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감정 폭발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음

스트레스 상황에서 멜트다운 또는 셧다운을 경험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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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수록 ‘우리 아이가 고기능 자폐일까?’ 하는 질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아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또래가 놀러오는걸 좋아는 하지만 축구와 닌텐도 외에는 오랫동안 즐겁게 놀 수 있는 활동이 많이 없었다. 이는 사실은 제한적인 관심사와 더욱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그나마 관심사가 축구, 닌텐도, 큐브 등 또래아이들의 관심과 겹치기 때문에 그 관심사로 제한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뉘앙스와 농담은 빠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정해진 루틴을 좋아하지만 바뀌어도 따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냄새에는 몹시 민감한 편이라 아직도 영국 음식을 먹지 못한다. 인지는 좋은 편이고 정서 조절 역시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준이는 타인을 잘 배려하는 편이다. 타인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할지를 생각할 수 있다. 조금 느릴 뿐이지 못하는게 아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아무래도 자폐적 성향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아이의 이러한 성향을 특징으로 이해해줘야 하는걸까? 문제라고 생각해야 하는걸까?


머릿 속에 물음표를 잔뜩 안고 혹시 ADHD도 사회성에 영향을 줄까 싶어 관련 책들을 찾아보니,

ADHD 아이들 역시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게다가 자폐 아이들이 ADHD 진단도 함께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또한 알게되었다.


커뮤니티 글 중에는 같은 아이가 기관에 따라 자폐 판정을 받기도, 받지 않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만큼 애매한 선상에 있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진단을 받게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아이에게 병명을 붙이는 것이 필요한 일일까?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에게 어떤 병명이 붙여질까봐 조금은 두렵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아이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 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야 필요한 훈련이 있다면 시작할 수 있고, 필요하지 않다면 안심할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조금 객관적인 형태로 아이의 상태를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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