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곧 이별에 서툴렀다.
1.
만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만났다면,
어느 순간에서는
필시
떠나야 하고
떠나보내야 한다.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떠나고
떠나보내는 것을
잘 하는 사람과
도통 그것을 어려워하는 사람.
2.
나는
후자다.
사람이던, 추억이던, 상황이던,
익숙한 것이 떠나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내 머뭇거리고 아파하고
떠난 후에도 자꾸 뒤 돌아본다.
3.
나는 그것이 낭만이고
정이 많아서 좋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별을 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현명한 사람인 지
온 몸 사무치게 알게 됐다.
4.
이별이 서툴수록
떠나고
남는 것들이
더 아파한다.
이별이 서툴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민폐일 수도 있다.
5.
그리고
오늘,
나는 두 말 할 것 없이
민폐였다는 것을
고백한다.
잘 만나는 것만이
내 삶의 포커스 였는데
이제
잘 이별하는 것을
내 삶의 포커스로 잡아야 한다.
이것은
다짐이 아니라
내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레포트이자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