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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im Nov 28. 2022

나는 함께 삶을 걷는다

조해진, 《산책자의 행복》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다. 삶이 산책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조금 수월할 텐데. 그렇지만 우리는 뛰기도 하고, 어떨 때는 땅을 기어가야 하며, 가다가 장애물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산책자를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살아있는 동안 살아있다는 감각에만 집중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살아있다는 것에 오롯이 집중하기는커녕 사방에 산책자를 괴롭히는 놈들이 수두룩하다.

 가장 무서운 놈은 시간이다. 시간 앞에 어느 산책자나 무력화된다. 시간에게 혼을 팔리는 순간 산책자는 삶을 이탈하기 시작한다. 산책자의 행복에서 시간은 메이린에게서 둘도 없는 절친을 빼앗았고, 라오슈에게서는 대학교수란 직업을 앗아갔다. 그들은 상실의 일상이 지속되는 속에서 스스로 실존의 의미를 찾아야 했다. 둘 모두 상처 입은 사람으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 위태롭게 서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있다는 감각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삶의 애환과 상실 속에서 자신의 실재를 확인하기 위해 하염없이 걸었고, 글과 기억을 통해 서로를 사념했다. '함께'라는 말로 둘은 다시 힘을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존재가 부재로 바뀌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언제라도 제 감각 밖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상기하는 과정이 괴로웠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있다는 감각에 집중하면 좋겠구나, 그때 라오슈는 말했습니다.’


 지금 나는 고양 산골짜기에서 300일을 걷고 있다. 앞으로 250일이 남았다. 길은 험난한데 시간이라는 놈마저 내게 아득한 시련을 안겨준다. 걷고 있다는 행위에만 집중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기어코 계속해서 삶을 걸어갈 수 있다면, 그건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나를 사랑하는 이들 덕분이지 않을까. 나를 위하는 주위의 산책자들을 떠올리며,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서길을 계속 걷게 된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고 생각하자 시간의 방해를 견뎌내게 된다. 이 세상의 많은 메이린과 라오슈들에게, '함께'라는 응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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