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지하에서 쓴 수기》
모든 인간은 그 시대의 증인이다. 작가는 우리를 타인 혹은 다른 세계와 연결하는 존재로서, 시대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는다.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시뮬레이션해 본다.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 패러독스와 맞닥뜨린다. 종종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이 사회와 인간을 예리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소개하는 지하생활자가 우리를 불편한 진실로 안내해준다.
‘아, 누가 처음으로 단언했는가? 누가 최초로 선언했는가? 인간은 자기의 이익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너저분한 짓을 한다고. 인간을 계몽해 그에게 제대로 된 진짜 이익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면 그는 곧바로 너저분한 짓을 중단하고, 착하고 고상한 사람이 된다고. 왜냐하면 계몽되어 자신의 진짜 이익을 깨닫게 된 나머지 선행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알다시피, 아무도 자신의 이익에 고의로 반하는 짓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선을 행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이다. 아, 얼마나 유치한 발상인가!’
'인간은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길 좋아하지, 이성과 이익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자신만의 욕구, 제멋대로 보일 수 있는 심한 변덕, 때로는 광기에 근접하는 듯한 환상, 바로 이런 것이 우리가 간과했던, 가장 유리한 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