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im Oct 31. 2022

대상의 의미는 그것이 부재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1

00년대를 상징하는 사랑의 은유


#2000년대


 2009년이었다. 나는 곁에 있는 것들이 언제까지나 옆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언가를 가지고 싶으면 누군가에게 부탁하면 되었다. 아스라이 스쳐가는 어린 시절 기억에는 노랑 풍선이 자리잡고 있다. 놀이공원에 가면 항상 눈에 띄는 게 풍선이었다. 평소에는 잘 찾지 않다가도 막상 그런 곳에 가면 갖고 싶은 게 풍선이었다. 부모님은 잘 사주지 않으셨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 사주고는 하셨다. 그렇게 받아노랑 풍선을 고사리손에 꼭 움켜쥐고 동물들을 실컷 구경하거나 놀이기구를 타다가 집에 돌아오면, 다시금 풍선은 내 관심 밖으로 벗어나 버렸다. 그렇게 풍선은 바람이 빠져 보잘껏 없는 고무조각으로 변했다.

 그해 봄, 봄비가 하루종일 내리던 날이었다. 부모님이 TV 화면에서 눈을 떼질 못하셨다. 흔치 않은 일이어서 나도 덩달아 소파에 앉아 TV를 쳐다봤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성통곡을 했다. 놀이공원에 가면 꼭 갖고 싶었던 노랑 풍선도 많이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노랑 종이비행기, 노랑꽃 등 화면에 나오는 많은 게 노랬다. 그때 화면 하단에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자막이 떴다. 서거가 뭐냐고 부모님께 여쭤보니 사람이 명을 다했을 때 높여 쓰는 단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TV 화면에 또다시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속보가 떴다. 누가 또 돌아가셨나, 대통령이라는 사람들은 원래 자주 돌아가시나 싶었다. 두 번 다 부모님을 따라 분향소에 갔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지... 떠나고 나니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껴지는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세 나라... 시대와 국가 속 나약한 개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