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im Nov 01. 2022

대상의 의미는 그것이 부재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2

10년대를 상징하는 사랑의 은유


#2010년대

 2017년이었다. 내 곁에 있는 대상이 언제까지고 옆에 있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대상과 함께하려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촛불은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 중학생 때 짝사랑하던 그녀를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났을 때 주위에서 빛을 내고 있던 게 촛불들이었다. 추운 겨울날 밤 시내의 자선냄비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가 달라진 지는 꽤 됐지만,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또다시 말을 걸지 못했다.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던가. 그렇게 또다시 그녀는 나를 스쳐갔다. 밤하늘에는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촛불은 출렁출렁 피어올랐다.

 그해 봄,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과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교실 TV를 켰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시작되었다. 30여 분이 흐른 후 피청구인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그 순간, 친구들과 광장에 나가 하야를 외쳤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흘러갔다. 그날 우리는 손에 촛불을 하나씩 억세게 쥐고 목청이 터질 듯이 고함을 내지르며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봄날의 교실에서, 그 촛불은 횃불이 되어 권력자를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 년 뒤에는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이 기어코 구속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는 법의 그물망을 피해가다가 결국 덜미를 잡혔다. 이 또한 촛불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촛불을 떠올리며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하면 되는구나. 촛불도 정성을 다하면 횃불이 되는구나.


 그때 봉하마을에서 보았던 글귀가 떠올랐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상의 의미는 그것이 부재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