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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im Nov 05. 2022

대상의 의미는 그것이 부재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3

20년대를 상징하는 사랑의 은유


#2020년대


 2020년이었다. 나는 함께하고픈 대상을 찾는 중이었다. 쉽지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은 내가 꿈꿔왔던 대학생활에 크나큰 제약을 주었다.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안경알에 한 번씩 서리는 입김처럼 눈앞이 흐렸다. 다만 더 이상 안경알이 뿌옇다고 망설이지 않았다. 00년대에는 사랑하는 대상이 영원히 옆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10년대에는 그 대상과 조금이나마 더 같이 있으려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안경닦이가 없으면 손으로라도 안경알을 닦으려 했다.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만남을 가졌고,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으로 그 만남을 이어갔다. 팬데믹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안경알이 조금씩 맑아졌다.

 해 봄,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날이 계속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파장이 여럿 발생했다. 부유층은 전염병을 피해 호화 요트를 타고 무인도로 떠나는 반면, 서민층은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위축으로 가계사정이 악화되었다. 사회 저변에 은닉해있던 차별들이 전염병이라는 재난 상황을 맞아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편,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국가의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시위도 일어났다. 때때로 그러한 시위는 대규모 집단감염을 촉발하며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전염병이 몰고 온 안개가 우리 사회를 뒤덮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절감하며, 이러한 사건들의 역학 관계를 뜯어보려 나는 다시금 안경을 닦았다.


 

 한 대학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던졌던 말과 함께.
 “대상의 의미는 그것이 부재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대상의 의미는 그것이 부재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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