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追慕

by 인생은 꽃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비행기 타는 걸 늘 무서워합니다.

운전을 싫어하는 이유가 사고가 날까 봐서고, 놀이기구를 타는 걸 싫어하는 이유도 사고가 날까 봐서인 저는 비행기를 탈 때도 역시 사고를 걱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야 하는 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비행기를 탑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탈 때는 이착륙 때 가장 사고가 많이 난다고 들어 긴장을 합니다. 특히 착륙을 할 땐 비행기가 안정적으로 활주로로 들어와 지면과 가까워지는 걸 지켜보며 '그래 이쯤이면 설사 사고가 나도 죽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안심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를 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보기엔 거의 완벽히 활강을 해서 지면에 닿아도, 속도를 늦추지 못한 비행기는 장애물을 만나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착륙직전 기내에선 어떤 지옥이 펼쳐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고가 더더욱 마음에 와닿아 아픈 건, 제가 고작 이틀 전에 같은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나트랑을 다녀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하게 오전 10시 정도에 인천공항으로 착륙했죠. 남편과 친정가족들과 다 함께 떠난 첫 번째 여행이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꽉 차게 행복했던 시간이었고, 따뜻하게 연말을 장식하는 여행이었습니다. 보통 연말에 떠나는 여행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평화롭게 마무리하는 끝맺음이자 다가오는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 비행기에도 비슷한 마음을 지닌 수많은 가족들이 타있었을겁니다. 다른 점이라곤 그저 행선지가 조금 달랐고, 날짜가 이틀정도 어긋난 정도입니다.


옛날 사랑 노래 가사 중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가사가 있습니다.

장나라의 <그날 이후>라는 노래인데, 가사 중에 그날만 지우면 모든 게 그대로 일 텐데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별에 관한 노래지만, 이 가사는 삶에 걸친 많은 상황에 적용이 됩니다.

오랜 시간 조금씩 키워온 병이나, 큰 원한에 의한 고의적 타살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죽음과 비극은 한날한시에 느닷없이 터져버리죠. 말 그대로 그날만 지우면 모든 게 그대로였을 일들 투성입니다.


가끔 이런 비극적인 뉴스를 접하고, 남은 유족들을 볼 때면 늘 생각을 합니다.

그날만 지우면..

그날만 지우면..

정말 모든 게 그대로 일 텐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살아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에 감사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와 희생자 사이엔 그 어떤 차이점도 없습니다. 남은 유족들은 끊임없이 왜 내 가족 이어야 했는지, 왜 하필 그 시간 그때여야 했는지 이해하려 애쓰며 살아가야 하겠죠.


아무런 잘못도, 이유도 없는 모든 죽음에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조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충분한 보상을 받으며 정말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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