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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고 Feb 23. 2016

예술은 이성보다 생존에 더 가깝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에 대해서


1월 22일 인터콘티넨탈 서울에서 장영중 박사님을 만났다.

우리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고, 평소 <아름다움을 느낌>에 대해 호기심을 해소하지 못했던 나는 흥미로운 부분을 메모했다.

아래 내용은 메모와 그 당시의 분위기를 가지고 S 본인이 각색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 실제 강의는 아래 대화보다 (덜 낭만적인) 사실에 근거한 대화로 진행됐다. 오역이나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전달은 전적으로 필자에게 책임이 있음을 고지한다.



장영중 박사(이하 장):
 많은 현대 디자인 매니저들이 디자이너들을 정립하려고 하고, 그 진행 과정을 관찰하려고 해요. 산업화된 시대에 디자인이란 예술 활동이 잡히자 않는데, 그 디자이너들이 하고 있는 행위는 '산업 행위'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바우하우스를 기억해요. 기억하다 뿐인가요. 많은 바우하우스  팬뿐만 아니라, 그 간결한 형태와 실용성. 그것들을 재현하고 복제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생겨난 것이 울름 조형 대학(Hochschulle für Gestaltung Ulm)이었어요. 이들은 디자인을 '실험'했고, 관찰하고, 기록했어요. 말 그대로 디자인을 과학 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들 지금 울름 조형대학 아는 사람 있나요? 좋은 디자인을 내지 못했기에 울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요.

뭔가 이상하다는 거죠.



'The Triune Brain'으로 검색하여 찾은 그림. 인간의 뇌를 발달의 관점에서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이론


디자인을  계량화/정량화할 수 없는 이유 : 뇌과학의 관점에서


장:
 위의 그림은 인간의 뇌를 발달의 관점에서 세 가지로 구분한 거예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등 하다, 본능적으로 여기는 악어의 뇌는 생존하는 뇌(빨간색 부분)밖에 발달해 있지 않았어요. 이 부분에서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반사 작용이나 무의식의 반응들을 느껴요. 감정의 뇌(파란색 부분)는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이 부분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악어의 눈물은 거짓이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 보셨죠? 악어는 감정의 뇌가 없기 때문에 눈물이 흐른다면 그것은 반사 작용에 의한 거예요. 거짓은 아니지만 감정과 눈물의 상관관계 아래에선 거짓이 되는 거죠.

 마지막 녹색 부분을 우리는 생각의 뇌라고 부릅시다. 고등한 의사결정은 여기서 모두 이루어져요. 표현이나 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생각'이란 대부분 여기서 발생한다는 이론이죠. 물론 포유류들의 사고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는 이론이긴  합니다만, 분명한 건 '발달 이론'상 예술이 건드리는 건 감정의 뇌. 그러니까 파란색 부분인 거예요.


우리는 울름 조형대학을 기억하진 않지만 그 정신은 네오 울름(Neo-Ulm)이란 이름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다


장:
   제가 주장하고 싶은 부분은 이거예요. 감정에 접근(이 부분에서 장영중 박사는 '액세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하는 과정인데, 그것을 어떻게 정량화할 수 있겠어요? 디자인이 된 후에 디자이너는 디자인 과정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구성할 순 있어요. 그런데 또 다른 디자이너가 그 구성을 따라 들어가 처음부터  디자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형적인 상의하달식(Top-down) 의사결정이고, 뇌의 발달의 방향에 반하는 방향이기 때문이에요. 감정의 뇌는 사고의 뇌보다 변연계(Limbic System)에 훨씬 더 가까워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느끼는 것과 같고, 이것은 (일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생존에 더 가깝다는 뜻이 되는 거죠.


울름은 '루프트한자'의 디자인을 담당했었고, 이는 성공적인 산-학 연계 사례에 꼽힌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울름 조형대학을 모를 것이다


디자이너와 공돌이가 싸우는 이유가 이거예요. 각자  활성화할 수 있게  훈련받은 영역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일을 하려니 죽을 맛이죠. 이런 영역 때문에 싸우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답도 없어요. 그리고 아주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예요. 각자가 자신의 영역을 최선으로 사용할 줄 아는 거니까요. (웃음)

이거는 우스갯소리인데요, 혹시 이 가방 어디 건지 아시나요?


S는 알고있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연극이란 속아 주다 보면, 극적으로 속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
    이 가방은 고야드(Goyard)라는 프랑스 기업 제품이에요. 소재 엄청 간단해요, 저거 비닐이에요. 그런데 저 비닐 가방 가격이 200 만원이 넘어요. 제 아내도 이 제품이 두, 세 개 정도 있을 거예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엔지니어링을 전공하신 분들이 그러세요. "한 5만 원만 주면, 내가 똑같은 걸 만들고 남겨다 줄게"라고요. 물론 우스갯소리죠. 디자인이 그렇다니까요? 우습게 생각하려면 우스울 수 있어요.

(이 시점에서 나는 며칠 전 구매한 프라이탁과
 자신에 대해서 반추했다. 내가 프라이탁을 샀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1.  얼마야?"와 "2. 패션의 세계는 아직 내게 난해한 것 같아 S야"였다)



혁신적 사고(Creative Thinking)는 어디서  들어오는가? : 산업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로저 마틴(Roger Martin)이라는 분이 있어요. 산업디자인 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한데요, 지금은 많이 인용되고 있진 않지만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고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론을 정립한 분이에요. 오늘은 이 분이 말씀하셨던 지식생산 필터(Knowledge funnel)까지만 이야기할까요?



로저 마틴의 지식생산필터(Knowledge funnel)이론, 복잡한 세상이 어떻게 알고리즘으로 정립되는지 도식적으로 나타냈다


우리는 세상을 관찰해요. 세상은 미스터리(Mystery)죠. 갓난아기도, 다 큰 어른도 세상에 노출되어 있어요. 그러던 몇몇은 '촉'을 느껴요. 이런이런 일반화가 있는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행동하면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네? 하는 것들을요. 이들은 이 촉에 의해 행동했다가 반성과 정교화를 통해 세상을 발견(Heuristic)하게 돼요. 이론으로 정립하는 건 훨씬 나중 일이에요. 이때는 머리도 좋고, 기록도 오래 한,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나서요. 그들은 과학 한 뒤 일반화하여 규칙으로 정립하죠. "이러이러한 전제조건(컨디션) 아래서 실험자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이런 가능성으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요. 알고리즘(Algorithm)입니다.

로저 마틴은 "디자인은 휴리스틱(발견의 영역)에 있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촉을 가지고 때려 맞히는 행위가 디자인이에요. 알고리즘처럼 정형화된 조건에서 탄생하는 것은 곤란해요. 복제나 응용은 있을지언정 새로운 세계를 창출할 순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1차 공식 예고편 (한국어 CC), 한반지


공교롭게도 이 날은 아론 소킨의 <스티브 잡스(2015)> 개봉일이었고, 나는 밥을 먹다 말고 영화를 보러 갔다. 디자인 사고를 아는 그이기에 이 모든 나의 욕구를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좋은 평가를 받진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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