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Hello, Saigong!!
호치민 시티가 된 사이공.
어렸을 때 하도 사이공 소리를 많이 들어서 여행 당시만 해도 난 사이공 쪽이 더 익숙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하도 호치민 호치민 하니까 그냥 호치민이 입에 익게 됐지만 말이다.
아무튼 무탈히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고 비행기에서 만난 영국인 커플이 그간 나의 어드벤쳐를 듣더니 흔쾌히 나를 택시에 실어서 시내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나보다 그들의 어드벤쳐가 더 대박이었다.
내가 도착하기 이틀 전 호이안은 완전 물바다여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탈출하고 난리였다고 했다.
그들 또한 호텔에 고립되어 있던 이틀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아서 그냥 나처럼 탈출을 택한 케이스였다.
그들은 매우 아름다운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 나는 차마 그곳에 호기롭게 체크인하지 못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홀로 아무 싼 숙소나 들어가서 가방을 던져놓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는 길에 엄청나게 수많은 문신을 몸에 두르신 백형과 근육이 언제나 펌핑 상태임으로 보이는 흑형들이 달러와 베트남 동을 들고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을 보는데 왠지 이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숙소 앞 공원을 가로질러 사람이 바글거리는 식당에 들어가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새우 어쩌고 써진 것을 시켰다.
그리고 경건하게 호이안에서의 어드벤쳐에 대해서 깨알처럼 적어 내려갔지.
그러는 동안 접시는 비워져가고 맥주도 한 병 한 병 클리어해갔다.
얼음을 타서 마셔서인지 세 병이나 마셨는데도 전혀 헤롱한 느낌이 없었던 것은 신기한 체험이었다.
내부는 찍고 싶지도 않았는지 사진이 없는 저 곳....
그런데 저렴한 가격에 아침식사는 꽤 훌륭했다. 곁들여 나왔던 차를 마시며 완전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사기 행렬의 베트남 스토리를 들었던 영국인 커플이 나의 재앙은 내가 여행지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은 데서 시작된 것 같다며 이제 자신들은 떠나니 받으라고 건넨 베트남 가이드북을 들여다보며 눈앞의 음식을 먹었다.
앞으로도 이박은 더 머물러야 할 이 도시에서....
보금자리 하나라도 좀 제대로 된 곳에 있고 싶었던 마음을 이해하실런지?
나의 오전은 호텔 사냥으로 채워졌다.
사실 나의 마음을 끄는 호텔이 하나 있기는 했는데 그곳을 찾아 나서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악착같이 찾아내긴 했다. 방도 마음에 들었다. 이미 들썩들썩 들려오는 바의 시끄러운 음악은....
뭐, 난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마음에 드는 방의 가격과 디자인으로 그냥 만족하기로 했다.
다시 짐을 찾아서 옮겨다 놓고, 또 리셉션의 친절한 직원 언니와 그간의 서러웠던 수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11시가 넘었다. 뭘 할까 하다가 다시 공원을 떠올렸다. 일단 그곳을 거닐며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면서 걷기로 했다.
낮에 다시 제대로 보는 공원은 정말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되게 여유롭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런데 뒤에서 누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 신발 예쁘다. 어디에서 샀어?"
"응? 나 이거 서울에서 샀어."
"그럼 너 한국인이니?"
"응."
"어머! 내 여동생이 다음 달에 간호사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파견 나가거든!!!"
"그래? 어느 병원?"
"삼성 병원이었나? 아무튼 그래. 너 혹시 시간 있으면 내 여동생 만나서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점심은 먹었어?"
"......"
나는 망설였지만 뱃속에서는 염치없는 꼬르륵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호이안에서 먹었던 가정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를 떠올리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괜찮으면 가자!!! 우리 집 멀지 않아. 조금만 가면 돼. 가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다가 돌아오면 되지. 난 영어 교사인데 오전에만 가르쳐. 나 어차피 병원에 가야 하거든, 그러니까 밥 먹고 다시 여기로 데려다 줄게. 내가 당뇨거든."
"그래?"
"응. 우리 아들도 만나면 좋겠지만 고등학생이라 학교에 있어. 네가 여동생을 만나줬으면 좋겠어."
충동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나는 그냥 그녀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민간 외교인이 됐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택시에 올랐다.
택시를 타고 금방이라더니 거의 20분은 달린 것 같다.
골목 골목을 돌아 어느 집앞에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가족을 소개했다. 오빠와 그의 아내가 나를 맞았다.
오빠라는 사람은 권총집을 차고 있었다. 나는 장난스럽게 그 속에 총이 들었냐고 물었고 그는 물론이라며 자신이 카지노에서 경비를 하고 있기에 이런 것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대답했다.
그의 부인은 아직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했고 나를 데려갔던 그녀는 집을 보여줬다.
그냥 평범한 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동생은 어디에 있어?"
"응, 그러게, 잠시 외출했나봐. 곧 올 거야. 물 마실래?"
나는 물을 마시며 사람들에게 그동안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도착하자마자 블랙 택시를 탄 이야기, 파인애플 아주머니들한테 돈 뜯긴 이야기, 호텔에서 사기 당해서 돈 털리고 경찰서 가서 조서 작성하며 9시간 동안 붙들려 있었던 이야기, 버스가 길에서 멈춰서 물에 잠긴 도로를 뚫고 달린 일, 결국 호이안에서의 호텔까지 사기 당하고 베트남 사람으로부터 그 나쁜 베트남 사람 만나게 돼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들어야 했던 이야기, 호이안에 대한 기대가 제일 컸는데 자연재해로 그것이 무참하게 깨져서 비참한 마음으로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까지.....
그간의 파란만장했던 일주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식사를 했다.
허얼....................................
정말 그 음식의 맛이란........................................
베트남 가정식 진짜 엄지 척!!!!!!
식사를 끝내고 나니 영어 교사인 그녀가 아무래도 동생이 안 들어올 것 같다며 다시 우리가 만났던 곳에 내려주면 되느냐 물었고 마트 덕후인 나는 혹시 여기 마트가 그 근처라면 그곳에 내려달라고 했다.
점심 맛있게 먹었다고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하고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는 그녀와 택시에 몸을 싣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먼저 내려준 곳은 쇼핑센터였고, 나는 그 속에 들어가서 신세계를 만났다.
시장 같은 곳도 있었고........그리고.......마트!!!!!!!!!!!!!!!!!!!!!!!!!!!!!!!!!!!!!!!!!!!!!!!!!!!!!
마트에는 한국 과자와 호주 과자와 다른 동남아 국가의 과자들이 다양했고....
무엇보다 차가 엄청나게 많았다.
한국에서의 가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충격적으로 싼 가격에 브랜드 차들이 팔리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베트남의 차 맛에 좀 반해 있는 상태였던지라............막 모르는 사람 붙잡고 차 추천 받고 어쩌고 저쩌고 난리를 쳤고 두 손 가득 무거운 봉다리를 들고 호텔 방으로 돌아갔다.
다시 또 공원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귀여운 베트남 청년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놀다가....
목이 말라 들어간 바에서 함께 택시를 타고 온 영국인 커플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일잔 하고.....
배가 고파서 또 아무 식당이나 사람 많은 곳에 들어가 대충 저녁을 때우고....
밥을 먹었으니 디져트도 챙겨야 한다면서 지나다니다가 점찍어뒀던 디저트 카페로 들어가 차를 마시며 또 나의 의식 중 하나가 된 일기 쓰기를 해주고................칼로리 없애자며 밖을 쏘다니는데 달이 두둥실........추석이로구나...... 원래대로라면 나는 호이안에서 풀문 페스티벌을 즐기며 그간의 힘듦을 치유하고 간절한 소원을 담아 랜턴을 강으로 떠내려보냈어야 했더랬지......그랬더랬었었었지......혼자 막 이러다가........피로해져서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하지만 때는 불금이었고 나는 여행자였다. 이렇게 호텔방에서 혼자 쭈그리며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마구 한껏 차려입고 화장까지 곱게 마친 뒤 밖으로 나왔다.
불금을 불태우자, 클럽으로 가는 거야!!!
지금 생각하면 여자 혼자서 참 간도 배 밖으로 나왔다 싶지만....그땐 그냥 그러고 싶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