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문득 마흔 18화

마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다

스누피홀릭의 티로그로 놀러 오세요!

by Snoopy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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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많은 아이들의 희망 미래 직업이 연예인인 시절이 있었다. 그 다음은 건물주였던가? 그럼 요즘은 뭘까?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그게 뭐길래. 사실 유튜브란 플랫폼이 생겼을 때 나도 한번? 생각은 했지만 늘 그렇듯 결심은 흐지부지되기 마련이지. 게다가 당시의 유튜브는 뭐랄까 굉장히 웃기거나 엽기적인 동영상 혹은 뮤직비디오, 오래된 애니메이션, 드라마 같은 것을 검색해서 친구들과 둘러 앉아 함께 시청하며 낄낄거리는 용도로 주로 이용되었는데 여행에서 찍은 서정적 풍경이 주를 이루는 나의 영상이라는 것에는 엽기적이거나 재미있는 요소는 1도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더더욱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지.


그러다가 최근 4~5년, 채널과 컨텐츠가 다양화되면서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내가 떠들고 싶은 이야기도 있었다. 티타임에 대한 수다를 떨고 싶었던 것. 그러나 도저히 내 얼굴을, 몸뚱아리를, 꽥꽥거리는 목소리를, 찍어서 내보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지.


‘살을 좀 빼면 시작하자.’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 생각하면 저렇게 웃음만 나오는 결심이었다. 저것은 마치 나는 영원히 유튜브 컨텐츠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비슷하다는 걸 그때는 몰랐던 것.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살빼기 아니던가!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이 세상엔 너무나도 맛있는 것이 많고 운명처럼 나는 구복口福마저 타고났다. 내가 덜 먹고자한들 주변에서 날 그렇게 놔두지를 않는다.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들이 끊이지 않고 내 인생으로 찾아든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나는 인생을 맥시멈으로 사는 사람이기에 이것이 컴퓨터 저장 공간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노트북이네 외장하드네 전화기네 심지어 USB스틱까지 어디 하나 용량이 가득 차지 않은 것이 없었다. 백업을 할 수 없으니 사진을 지우지도 못하고 가뜩이나 노후되어 느린 컴퓨터는 용량까지 차오르니 더더욱 헉헉댔는데 전원을 켜서 뭐 하나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무려 30분이었다. 외장하드를 더 사거나 나은 컴퓨터를 사면 되지 않냐고? 아직도 제가 가난한 작가라는 걸 모르셨나요? 그럴 수 있었다면 이런 글은 쓰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동영상을 만들려면 팽팽 돌아가는 사양 좋은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말은 그저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처럼 아스라하기만 할 뿐. 그래도 어떻게든 한 개의 에피소드는 만들어서 올려보기는 했는데 편집도 안 하고 날로 올린 그 영상은 엉망진창이었고 내 얼굴을 바라보는 것 역시 너무 괴로웠다.


이런 내 사정이 딱해 보였던지 하늘에서 나를 도왔다. 아주 고사양의 아름다운 컴퓨터가 생긴(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것.


재미있게도 이 컴퓨터가 나에게 생긴 당시의 상황은 아름답지 않았다. 잡은 줄 알았던 직장에서 이제 그만하자는 이야기를 들…… 한마디로 해고 당했으며(임금은 지금도 체불 중이라 소송 중) 결과적으로 그야말로 나와 컴퓨터만 남고 내 인생이 초토화됐다. 매일이 지옥 같았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것 이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은둔생활이 이어졌다. 이런 나를 맛있는 음식으로 현혹(그러고 보면 나 참 쉬운 사람;;;;)하여 끄집어낸 사람이 있었고, 유튜브를 제대로 시작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 나에겐 고사양의 아름다운 컴퓨터가 있었지.’


서툴게나마 전부터 하고 싶었던 티타임을 영상으로 찍어 다른 요소들도 결합한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드나 살펴보고 그들이 전수하는 팁을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디서 받긴 했는데 쓴 적 없는 셀카봉, 그것과 결합되는 삼각대 같은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맥시멈 라이프를 지향한 덕분에 집을 뒤지면 나오는 도구들이 장비의 전부였다. 카메라는 그동안 주로 시계로 사용했던 전화기였다.


이상과의 괴리는 당연히 컸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자꾸만 더 많이 만들어서 올리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얼굴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또한 나를 안심시키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인기 있는 채널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강렬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찾아봤다. 그러면서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내 인생에 활력이 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 또한 다른 많은 에피소드들을 감상한 끝에 감히 내 얼굴을 내밀 결심도 하게 됐다. 처음 그 작업을 했을 땐 정말 너무 힘들고 괴롭고 어색했다. 화면 속의 내가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어쩜 저럴까 단점만 보였다. 그런데 참 신기한 순간이 찾아왔다.


‘저 화상이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결국 지금 보는 내 모습이 그냥 나라는 걸 완벽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이게 참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전의 나는 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기는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순간에만 보고 싶은 부위를 골라 집중해서 보는 게, 즉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외면하는 게 가능하다. 거울을 보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카메라에 찍혀 비친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아주 적나라하게 다 드러난다. 그리고 그게 결국 모든 사람이 나를 바라볼 때의 모습이다. 특히 영상을 편집할 때는 그런 내 모습을 계속해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봐야 하는데 그 모습을 계속 미워한다면 도무지 일할 맛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 컨텐츠를 생산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스스로를 혐오하는 감정을 제친 셈이다.


물론 끝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또 재미있는 게 나란 인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고 싶어하는 부류에 속한다. 이 또한 유튜브 컨텐츠를 만들면서 발견한 나라는 인간의 성향 중에 하나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더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자 신기한 변화가 생겼다. 인생이 25%쯤 더 행복해진 것. 자신감도 30% 정도 생겼다. 그야말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산물이 아닌가!


날렵해지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둥글둥글한 지금의 나를 혐오하지도 않는다. 맘에 들지 않는 요상한 버릇도 영상을 통해 인식하고 나니 조금씩이라도 고치려고 노력한다. 동영상 찍을 때마다 뒷 배경이 너저분한것이 싫어 걸리적거리는 걸 정리해서 싹 버렸다. 공간 확보가 중요하기에 늘 책상 위도 깔끔한 상태로 유지 중이다. 모든 면에 있어서 삶의 방향이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낀다. 특히 강의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에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긴장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강의도 뭐 청산유수다. 주어진 시간이 모자랄 지경.


좋은 것은 나누라고 하지 않았던가! 결과적으로 나는 유튜브 전파자가 됐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그들의 강점을 부각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 하라고 부추긴다. 장비 갖추려면 그게 얼마냐, 나는 기술이 없다, 도저히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등등 거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손 안에 만지작거리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편집 안 하고 영상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 속의 내용이 중요하다. 정 부끄럽다면 일기처럼 비공개로 올리면 된다. 가면 쓰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아니, 다 필요없다. control+c, control+v를 알게 된 지 채 5년이 안 되고 인터넷뱅킹을 시작한 지 1년이 안 되는(폰뱅킹은 내년쯤에 시도할 예정) 내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저런 모습이었구나, 저런 생각을 했구나……. 일기장과 펜을 꺼내어 적어내려가는 것보다 간단하면서 쉬운 일이 아닐까.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삶의 활력을 얻어 행복해졌으면!


그러다가 이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영상은 공개로 돌리면 된다. 혹시 아나, 누군가 너무나 공감한 나머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구독을 눌러줄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해당되는 이야기다. 오늘 당장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보시는 건 어떠실지. 만약 누군가 내 제안을 실행하게 된다면 꼭 채널 주소를 나에게도 알려주시기 바란다. 할 말이 없다고? 그 할 말이 없는 일상이라도 좀 보여주시라. 나도 당신의 시간이, 공간이, 이야기가 궁금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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