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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재 Jul 12. 2020

아인슈페너가 생각나는
달콤하고 낭만적인 영화

영화 <아멜리에>

저는 오드리 토투가 사랑스럽게 연기한 영화 <아멜리에>(2001)의 주인공 '아멜리에'를 좋아해요. 뺨에 닿는 짧은 단발머리를 한 아멜리에의 두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해요.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표정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시장에 가면 곡식 자루에 손을 넣는 걸 즐겨요. 작은 스푼으로 크렘브륄레를 터뜨리고, 물수제비 뜨기를 즐기며 일상에서 "작고 무해한 감각적 즐거움"을 찾아요.  



어떤 점이 좋아요? 

아멜리에는 집에서 40년 전 한 소년이 숨겨 둔 보물 상자를 우연히 발견해요. 그리고 세상 어디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주인을 찾아 상자를 돌려주고, 그가 만약 감동한다면 평생 타인을 위해 살리라고 결심해요. 이런 순수하고 낭만적인 구석이 좋습니다!

사실 아멜리에는 무척 외롭기 때문에 공상에 빠진 인물이에요. 외동에다 홈스쿨링을 받았기에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었죠. 그의 주변에도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빠는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멜리에가 첫눈에 반하는 '니노' 역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자랍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 세계에 갇힌 인물이지만 보물 상자를 계기로 아멜리에는 슬픔이나 외로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러나 자신이 일을 꾸몄다는 건 들키지 않도록 조심히) 움직여요. 집에만 있는 아빠에게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한 작전도, 니노에게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 주려고 별의별 작전을 펼치는 과정도 깜찍하답니다.



현실에서 내가 아멜리에라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아멜리에의 엉뚱하고도 귀여운 행동을 따라 할래요. 이를테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미스터리한 메시지를 들고 사진을 찍은 다음, 사진을 찢어서 자판기 밑에 버리고 가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찢어진 사진을 찾아서 맞춰 주길 바라면서요. 아, 대답하고 보니 현실이 아닌 상상하고 싶은 일로 정정합니다. (머쓱)  



닮고 싶은 면, 닮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면?  

아멜리에가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은 닮고 싶지만, 선의를 위해 자행하는 거침없는 행동은 닮고 싶지 않아요. 영화니까 웃으며 보았지만, 현실적인 렌즈로 진지하게 바라본다면 소름 돋을 수 있는 장면이 꽤 나온답니다. 이를테면 아멜리에는 채소 가게 사장 '콜리뇽'이 가게에서 일하는 '루시엥'을 항상 구박하고 바보 취급하는 걸 싫어해서 콜리뇽의 빈집에 들어가 치약과 무좀약을 바꿔 놓고, 문고리를 바꾸어 놓는 등의 복수를 해요. 천진하면서도 거침없이 복수하는 모습에서 <마틸다>가 떠올랐고,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몰래 바꾼다는 점에서 <중경삼림>의 '페이'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아멜리에를 알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면? 

최근에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찾다가 <아멜리에>를 두 번째로 감상했는데요. (또 봐도 좋더라고요!)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것들과 어처구니없는 공상들도 꾸준히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멜리에의 엉뚱한 상상과 행동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담아내는 연출이 '일상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어!'하고 말해 주는 듯했거든요.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빠르게 짚어 주는 내레이션도 흥미로웠어요. 사소한 것이라도 계속 기록하다 보면 자신과 주변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요?



아멜리에에게 어울리는 음료를 고른다면?

하얀 휘핑크림이 올라간 '아인슈페너'가 아멜리에와 찰떡일 것 같아요. 씁쓸한 에스프레소 위에 듬뿍 올라간 크림 덕분에 아인슈페너가 달달해지듯이 외롭고 씁쓸한 현실에 발랄한 상상과 주변 사람을 향한 관심이 더해져 아멜리에와 이웃의 세계가 달콤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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