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닮을 이와 파도를 닮은 이

by 스누즈




달은 자신의 중력으로 지구의 바다를 끌어당긴다. 지구의 바다는 달의 힘에 끌려간다. 바다에게서 파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파도가 몰아친다.



우리 집은 넓지도 않다. 우리 집은 깔끔하지도 않다. 우리 집은 소박하고 투박하다. 그냥 평범한 가정집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사랑방'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이 많이 드나들었다. 혼자 있길 즐기는 나에게 친구들의 방문은 솔직히 힘들 때도 귀찮을 때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고민을 친정엄마에게 털어놓으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건 좋은 거야. 너희 집이, 네가 편하고 좋다는 거지. 그것도 복(福)인 거야."




엄마의 대답에 답답했던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싫었다면, 우리 집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면 굳이 나를, 우리 집을 찾아왔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중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봤음에도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을 겪어봤지만 도저히 나와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 다행히 나의 곁에는 좋은 이들이 많다. 서로를 끌어당겼던 우리였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서로에게 나누었다. 때론 배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소박한 집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집이라는 바다에 파도가 몰아쳤다.



나이가 들어감에 한 가지 좋은 점은 나와 맞지 않는 이들에게 작용했던 중력을 스스로 끊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있었다. 감정을 힘들게 하고 지치게 했던 사람이었다. 서로의 결이 맞고 좋은 인연이라 여겼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니 나 혼자 끌려다녔던 것이었다. 과감히 우리 사이에 몰아치던 파도를 잠재웠다. 나와 그녀 사이 존재했던 바다는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나를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 그중에는 시절 인연도 있을 것이고 평생을 이어갈 연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어떤 이로 남을까? 나는 그들에게 달을 닮은 사람일까, 파도를 닮은 사람일까. 나의 중력에 끌어당겨오는 이들과 누군가의 중력에 파도를 일으키며 다가가는 나. 우리 사이엔 무한한 바다가 있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도무지 셀 수 없는 바다. 우리의 바다.



파도를 일으킬 수 있어서 좋다. 또한 파도를 멈출 수 있어서 좋다. 누군가에겐 달이 될 수 있어 좋고 누군가에겐 파도가 되어줄 수 있어 좋다. 나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