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뜨거웠다. 아니, 아직도 뜨겁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햇빛들을 온몸으로 맞으며 보냈던 8월의 여러 날들. 송골송골 땀방울이 온몸을 적시고 입고 있던 티셔츠는 흠뻑 젖어버렸다. 보송했던 아침의 얼굴은 어느새 해의 그것과 닮아있었고 그 순간 나는 여름이 되어버렸다. 네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을 닮아왔던 나.
그토록 지나가길 바랐던 붉디붉은 계절 여름. 여름의 끝자락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내음은 다음 계절을 떠올리게 한다. 후덥 했던 아침 출근길이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미간을 찡그리며 땅만 쳐다봤던 내가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시간은 지나간다. 계절은 지나간다. 기다리면 다 지나가게 되어있다.
8월의 문장들, 내가 써왔던 글. 나는 계절을 기다리듯 가만히 기다렸다. 나에게로 다가오기만을. 예전의 난 하루의 많은 시간을 글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무엇에 대해 쓸까,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하나, 이런 글은 어떨까 아니야 별로인 것 같아. 대화의 공백 혹은 업무를 하는 틈틈이 문장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게 나에게 맞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지만 내가 들인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은 미미했다. 한 발자국 다가섰다고 생각하며 하얀 화면 앞에 섰지만 나와 문장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여름밤은 길다. 여름밤의 열기는 나를 쉽사리 잠들지 못하게 한다. 나는 그런 여름밤에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도 한낮의 불볕더위를 피하고 싶지 않겠냐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짙은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이 오면 주황빛의 조명 아래에서 기다린다. 생각이 다가오길, 문장이 다가오길, 그래서 하얀 화면에 까만 글이 써지기를. 때론 기다림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결코 지나친 적은 없었다. 문장은 늦게라도 나를 찾아와 주었다. 왜 몰랐을까. 억지로 잡아채서 손목에 자국을 남기는 것 말고 손을 마주 잡고 갈 수 있다는 방법을. 다가오고 기다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방법을.
8월 나의 문장들은 그렇게 쓰였다. 불볕더위 아래가 아닌 주황 조명 아래 우린 만나왔다. 어떠한 부담을 덜어낸 듯 가벼운 반팔 티셔츠 같았을 나의 8월 시절 기록. 이 시간이 있었기에 나의 여름은 더 빛날 수 있었을 테지. 여름을 싫어하던 내가 조금은 이 계절을 좋아할 수 있지 않겠냐며 약간의 틈을 만들 수 있었을 테지. 지금도 난 8월의 어느 하루들과 마찬가지로 주황 조명 아래 문장을 기다렸고 우린 만났다. 8월이 끝나간다. 나의 여름도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