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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2. 2019

나의 글쓰기

나는 일을 할 때 일단 시작해보는 스타일이다. 전체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처음 몇 단계를 조금씩 건드려보면서 해결 방법을 배워 나간다. 그러다 보면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지,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인지 감이 온다.


이 방식은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 고민에 앞서 실행을 하니 시간이 단축된다. 시도하다가 잘 안 풀리거나 실패하면 빨리 시작 단계로 되돌아와 다른 방법으로 풀어본다. 특히 새로운 툴의 사용을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기능을 하나하나 작동시켜보며 전체적인 사용법을 익혀나갈 수 있다. 허튼짓도 많이 하지만 결과는 빨리 나온다.


한 편, 시작하기에 앞서 전체 프로세스를 그려봐야 하는 일도 있다. 요리가 그렇다. 요리법은 단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체를 모르고 첫 단계를 시작할 수는 없다. 시작부터 끝까지 머릿속으로 떠올려봐야 비로소 필요한 재료, 도구, 조리법, 그리고 과연 내가 해낼 수 있는지까지 파악이 된다. 레시피만 보고 무작정 시작했다가 재료가 없어 중단한 적도 있고, 잘 모르는데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 엉망이 되어 돌이킬 수 없었던 경험도 있다. 요리는 한 번 시작하면 완성할 때까지 멈춤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흐름을 이해해야 할 수 있는 일, 한 호흡으로 진행하는 일, 완성도가 드러나는 창작물. 이런 작업은 일단 시작해보자는 저돌적인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방식은 모든 일에 적합한 것은 아니었다.


글쓰기에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실험해보고 있다. 좋은 소재가 떠올라 첫 문장부터 일단 쓰기로 마음먹으면 처음엔 되네 싶지만 갈수록 수습하기가 어렵다. 풀리다 안 풀리다를 반복하며 어떻게든 끝은 맺으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에 글감이 떠올랐을 때 전체적인 구조와 스토리라인을 떠올려보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글이 엉뚱한 곳으로 뻗어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지지대가 있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10편의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점은 글에는 구조가 필요하고 글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서 시작과 끝을 떠올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이루어졌을 때 글쓰기가 즐거워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글쓰기 준비물 사약같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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