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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2. 2019

칭찬

칭찬을 받으면 참 어색하다. 나에 대한 칭찬, 나의 행동에 대한 칭찬, 어떠한 경우이건 간에 오글거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대부분의 경우 대응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어색하게 웃고 넘어간다. 상대방이 예의상 던진 칭찬일 수 있는데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아무 반응 없이 못 들은 척 넘긴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흔히들 칭찬을 받으면 별거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때로는 칭찬을 받자마자 능숙하게 칭찬으로 화답하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레벨의 사람들도 보게 된다. 나 정도면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반응하는 자존감의 과잉이 의심되는 사람, 재치 있게 ‘나 정말 잘했지’ 하고 어필하는 귀요미 스타일도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의 반응을 참고하여, 지금은 칭찬을 들었을 때 웃음을 띠고 ‘아 그래?’ 하고 되묻거나, 친한 사이라면 ‘늘 그런 건 아니야, 알지?’ 정도로 장난스레 대응하고 있다. 무반응에서 발전한 나의 최선이다.


한 번은 집에서 모임을 했다. 가족과 함께 놀러 온 지인은 욕실이 깨끗하다고 칭찬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딸내미가 웃으며 받아쳤다. ‘저희 집은 화장실만 깨끗하죠 하하….’ 하고. 유머인지 아닌지 모를 아슬아슬한 애드리브. 살짝 난처했다. 칭찬에 후한 내 지인은 계속해서 집의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감탄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음식을 담은 그릇이 너무 예쁘다고 했다. 이때도 딸내미가 깐족거리며 끼어들었다. ‘손님이 오셔서 내놓은 거지 평소엔 잘 안 써요 하하….’ 하고. 


난데없이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어린 티를 막 벗은 나이대의 아이들은 곧잘 어른의 흉내를 낸다. 딸아이는 내가 평소에 칭찬을 받을 때마다 어색함을 없애려고 농담 섞어 말했던 ‘늘 그런 건 아니야’를 고스란히 배워 자기 나름의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게. 평소 칭찬을 듣는 것이 어색해 까불까불하던 내 모습을 얼떨결에 3인칭 시점으로 지켜본 셈이다.


이번 해프닝을 통해 그동안 고민했던 부분에 대한 답을 얻었다. 진심을 담아 칭찬하는 사람 앞에서 불편함을 느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굳이 나의 노력을 깎아내리며까지 겸손을 떨 필요도 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노력이나 변화를 캐치해준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간단한 한마디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다음으로 할 일은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은근슬쩍 보여주며 흉내쟁이 딸내미를 다시 학습시키는 것이다. 칭찬을 거부하는 반응을 학습한 세월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은 참 다행이다. 내 자식이 이것만큼은 안 닮았으면 하고 바라는 나의 성격은 결정적인 순간에 꼭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한다. 



이렇게 말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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