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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3. 2019

배달 음식

음식 배달 앱을 자주 이용한다. 평소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것을 즐기는 데다, 특히 음식 아이템에 주체 못 할 정도로 호기심이 많다. 좋은 퀄리티의 상품과 빠른 배송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데 소비자로서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배달 앱에 입문했을 당시에는 만만한 치킨, 피자, 족발을 주로 주문했다. 전단지나 책자를 찾지 않아도 되고, 전화로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몇 번의 터치로만 진행되는 주문은 꽤 간편했다. 업소 리뷰를 보며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조합을 참고할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배달 전문점 외에 일반 식당의 음식들도 배달된다는 것을 알았다. 찌개와 국밥은 받아서 조리해 먹도록 포장이 잘 되어 있었다. 뜨끈한 쌀국수도 시켜 보았다. 삼겹살 배달은 옷에 냄새 배는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정말 딱이다 싶었다. 아이들의 세 끼니를 매일 챙겨야 하는 방학이 되면 회원 등급이 VIP로 상승했다.


디저트와 간식까지 배달 음식의 범위가 늘어났다.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프랜차이즈 매장의 핫도그, 커피, 빙수를 시도했다. 핫도그는 받아서 바로 먹으면 입을 델 정도로 뜨거웠고, 빙수는 그릇에 꾹꾹 눌러 담겨 비주얼이 주는 감동은 덜하지만 매장에서 먹는 것과 맛은 동일했다. 정말 이런 것까지 배달될 줄이야.


일품요리가 마땅치 않으면 반찬을 주문한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애써 나가지 않아도 며칠 먹을 반찬이 배달되어 냉장고에 채워지면 뿌듯하다. 갓 담은 간장게장이 묵직하게 단지에 담겨 배달 왔을 때는 엄청난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 집은 배달 음식이나 외식, 매식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포장재 문제의 심각성도 염려된다. 하지만 수반되는 문제들을 떠나 이렇게 안락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는 굉장한 일이다.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말도 안 되게 불편했던 과거와 그때에 비하면 놀랍게 발전한 현재를 모두 경험하다 보니, 편리함은 더 크게 느껴진다. 누군가 고맙게도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만들어 주었고 나는 그 서비스를 자주 쓰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성인이 된 딸에게 아직도 집밥 차려줄 테니 집에 들르라고 얘기하는 친정 엄마가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야속하게 생각하실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밥'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환상을 담아 사용한다. '집밥', '엄마표', '엄마밥상' 같은 말로 엄마를 밥해주는 사람의 이미지에 가두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집밥을 못해주는 것에 너무 마음 쓰지 않고, 가끔은 모두를 위해 맘 편히 바깥 음식을 배달시키는 엄마가 되려고 한다.



우리 집 단골 메뉴 노랑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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