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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4. 2019

Concept Check Question

CCQ(Concept Check Question)라는 용어가 있다. 오래전 랭귀지 티칭 수업에서 들은 개념인데, 언어를 가르칠 때 학생들이 단어나 어휘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 기술이다.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확인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질문은 '이해되었나요?'이다. 반면 CCQ는 잘 이해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장으로 질문한다. 예를 들어 'Apple of my eye는 과일인가요, 사람인가요?'처럼 묻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문장을 바꾸어 몇 차례 질문하면 학생이 개념을 잘 이해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질문 기술을 지금도 종종 사용한다. 셀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에서 한 챕터가 끝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 '지금까지 다룬 내용은 이해가 되시나요?'라고 물으면 사람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 '앞에서 구매 전환율이 가장 높은 채널이 무엇이라고 했죠?'라고 질문을 던지면, 듣기만 하던 참석자들은 갑자기 주섬주섬 기억을 떠올려 대답하기 시작한다. 이때 틀린 답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설명해준다.


CCQ는 집에서 특히 유용하다. 귀를 닫고 있는 아들에게 '학교에 가자마자 선생님께 현장체험 신청서 제출하라'고 여러 번 말하는 것보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뭘 드려야 한다고?' 이렇게 질문을 하면, 아이는 하던 행동을 잠깐 멈추고 생각해서 본인의 입으로 대답을 한다. 


심부름을 해주는 남편에게 적용해본 적도 있다. 대신 다녀와 주는 건 고맙지만 남편은 가끔씩 애매하게 다른 상품을 사들고 온다. 요플레를 부탁하면 드링킹요구르트를 사 오고, 초코소라빵을 부탁하면 초코크루아상을 사 오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출발하기에 앞서 CCQ가 꼭 필요하다.


내가 먹을 커피를 대신 사러 나가는 남편에게 장난삼아 질문을 던진다. '커피에 두유를 얼만큼 채우라고?', '샷은 몇 개 넣으면 된다고?', '바닐라 시럽은...?' 묻는 대로 대답을 곧잘 하다가 갑자기 자기를 시험하는 거냐며 으르렁대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땐, CCQ고 나발이고 바짝 엎드려 말한다. 저... 사실은 아무 커피나 주는 대로 잘 먹습니다!



찬거 더운거 안 가리고 그냥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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