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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6. 2019

Ahmad

친구와 둘이 소그룹으로 영어를 배웠다. 우리가 찾은 선생님은 이란에서 태어난 50대로, 가족을 캐나다에 두고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러기 가장이었다. 이름이 Ahmad라고 했다. 보기 드물게 검소하고, 사려 깊고, 예의 바른 외국인이었다. 한국 문화와 동양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언어를 가르치는 동시에 한국에 대해 많이 배우려고 했다. 


우리 세 명은 매주 만나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했고 여유가 생기면 인근에 구경할 만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했다. 알려진 맛집에서 함께 밥을 먹은 적도 있었다. 특히 Ahmad는 반찬 가짓수가 많은 한정식집이나 고깃집에 가면 한국 상차림의 스케일에 놀라곤 했다.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반찬 몇 개가 빨리 없어져서 리필을 요청했다. 반찬이 무한 리필되는 시스템을 늘 신기하게 생각하는 외국인 앞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당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주문하면 요술처럼 채워지는 그릇을 보며 같이 즐거워하길 바랐다. 하지만 Ahmad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던 것 같다. 다른 반찬들도 충분히 있는데 하나가 떨어지면 꼭 리필을 해야 되는지 우리에게 물었다. 습관적으로 '이거 이거 더 갖다 주세요'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나는 반찬 그릇 한 개가 비워지기 무섭게 더 채워 달라고 사장님에게 요구하는 편이다. 그러다 손이 덜 가는 반찬은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겨지지만 밑반찬은 서비스였다고 생각하면 아깝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으레 그렇게 하니까. 아무리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이라고는 해도 이것만큼은 한 번쯤 지적하고 싶었던 관행이었던 것 같다.


짧은 대화였지만 강하게 뇌리에 남아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때의 멋쩍었던 상황이 떠오른다. 부족한 반찬을 더 주문하려다가도 모든 접시가 비워질 때까지 한 번은 기다린다. Ahmad는 우리와의 대화가 불편해질까 봐 얘기를 꺼낼지 말지 고민했을 것이다. 가볍게 웃으며 넘기지 않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두고두고 고맙다. 언어를 핑계로 그의 품성을 배웠다.



내 브런치의 반은 음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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