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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8. 2019

나의 정체성

올 한 해는 유난히 바쁘게 살았다. 시작은 연초에 알게 된 자기계발 모임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타임스탬프 어플로 아침 사진을 인증하고 명상, 독서, 운동 등의 루틴을 공유하며 습관을 바꾸는 연습을 했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좋은 것은 공유하고, 새로운 시도를 축하하고, 고민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말에는 유튜브 라이브로 채팅을 했고, 오프라인으로 다 같이 만나 얼굴을 본 적도 있었다. 자신에 대해 오픈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오랜 기간 알아온 사이인 듯한 친근함이 있었다. 


그중 한 멤버의 추천으로 경험수집잡화점을 알게 되었다. 몇 개의 특강을 들어보았고, 이후 이곳에 정착해서 온라인 모임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매일 필사를 했고, 매일 긍정의 주문을 외웠고, 매일 새로운 시도를 하고, 불편한 음식을 끊으며 바쁘게 달려왔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람 있는 도전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서, 12월에는 신청을 망설였던 매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운동과 취미생활도 틈틈이 병행했다. 마침 동네에 갓 오픈한 점핑 센터에 등록해서 생전 안 하던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고, 취미 키트 유행을 따라 온라인 드로잉 클래스도 수강했다. 허리 사이즈가 달라지는 경험, 그럴듯한 작품 하나가 내 손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자기계발 활동의 동력은 작은 습관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매일 스쿼트 10번' 같은 아주 쉬운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고, 정해진 기간 동안 무언가를 빠짐없이 했다는 성취감이 새로운 동기를 만들었다. 작심삼일을 극복하고 한 달까지 지속하는 힘이 생겼다. 남은 과제는 한 달을 석 달로, 일 년으로 끌어 나가는 지구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 해의 마무리를 하며 내년엔 또 어떻게 살 것인지 그림을 그려보는 시기이다. 늘 그랬듯이 일과 건강, 배움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나는 강제성이 있어야 움직이는 게으른 성격을 타고나서, 몇 개월에 한 번씩 틈틈이 자극을 주는 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 운동선수처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달성해 나가며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새해에도 나는 몇 편의 글을 쓰고, 몇 회의 강의를 듣고, 새로운 분야를 얼마나 공부하고,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그러고 나서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작년과 비교할 것이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산다기보다는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지향점인지도 모르겠다. 


바쁘게 살았다고 평가하는 나의 모습은 사실 그만큼 나 자신을 들들 볶으면서 살았다는 것을 말한다. '꼭 이렇게 해야 하니'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볼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답은 정해져 있는 걸 보면, 이런 성격이 나의 정체성임을 깨닫게 된다. 



<내 삶을 바꾼 30일의 도전> 모임의 인증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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