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by 서효봉

어제 인재와 민정은 소설가의 마을에 한 번 더 다녀왔다. 거기서 사라진 동혁, 준수, 희경, 루키의 일기를 찾았다. 마을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찜찜함을 뒤로 하고 서둘러 돌아와서 그런지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꿈속에 안개에 잠긴 소설가의 마을이 나타났다. 아무도 없는 그 마을은 불빛이 환하지만, 모든 사람이 잠들어 있었다. 동혁도, 준수도, 희경도, 루키도 어딘가에 쓰러져 잠들어 있다. 잠든 사람들 사이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유유히 지난다. 그림자는 잠든 소설가들의 얼굴을 재밌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림자가 인재에게 다가오더니 품속에서 알약을 꺼내 입속에 억지로 집어넣는다. 인재는 싫다며 미친 듯이 발버둥 치다 잠에서 깼다.


그렇게 황당한 꿈을 꾸고 서재에 나와 멍하니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민정이 다가와 툭 건드리며 말했다.


“아저씨, 정신 차려요!”

“어? 그래, 그래야지.”

“어제 못 잤어요?”

“아니.”

“영혼이 가출한 것 같은데요?”

“그래”


민정은 차가운 캔 커피를 인재의 볼에 갖다 댔다.


“악! 야!”

“제가 어제 가져온 일기들을 쭉 읽어봤는데요.”

“넌 겁도 없냐? 그게 읽어져?”

“재밌는 점을 발견했어요.”

“오, 맙소사! 그게 재밌다고?”

“여기 보면 작년 1월 1일에 새해를 맞이해 소설가의 마을에 있는 소설가들끼리 자서전 쓰기를 했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나와요.”

“자서전?”

“네, 자서전요.”

“그게 왜?”

“머리가 나쁜 거예요? 눈치가 없는 거예요?”

“너는 입을 좀….”

“보통 추리소설 같은 거 보면 다들 무슨 연관이 있다고요.”

“당연히 연관이 있지, 다 소설가들이잖아. 그리고 이게 소설이냐?”

“소설, 아니에요?”

“…….”


인재는 민정과 함께 선재를 만나러 갔다. 일기에 나오는 알약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하고, 자서전을 만들었다면 분명 선재가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가 1층에서 책 정리를 하던 선재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아, 네. 잠시만요.”


선재는 새로 들어온 소설책들을 한쪽 구석에 던져두고 목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네, 말씀하세요.”

“저기, 혹시 소설가의 마을에 알약 같은 걸 보낸 적 있으신가요?”

“알약이요? 어떤 알약 말씀이신지?”

“그게 그러니까 예전에 소설가의 모임할 때 먹었던 그 알약….”

“글쎄요. 그때 그건 주인 영감님께 받은 거라 저는 잘…. 혹시 무슨 문제 있나요?”

“문제까진 아니고, 그냥 좀 알아보려고요.”

“음, 몇 달 전에 소설가의 마을에서 그 알약 좀 구해달라고 연락 온 적이 있었어요. 동혁씨였던가?”

“아, 그랬군요.”

“뭐, 저는 구할 수 없는 거라 이야기했는데도 자꾸 구해달라고 떼를 쓰더라고요.”

“네. 그래서요?”

“주인 영감님도 미국에 계시고 구할 방법이 없었죠. 근데 다음 날 그 약이 우리 집으로 배달이 왔어요. 10박스나.”

“네? 집으로요?”

“네, 집으로. 그래서 소설가의 마을에 연락해 구했다고 하니 돈은 나중에 줄 테니 빨리 보내달래서 보내줬어요. 하도 애타게 사정해서.”

“근데, 그걸 누가 보냈나요?”

“보낸 사람이요? Mr. N.이었던가?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아직도 기억나네요.”


선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인재와 민정이 동시에 외쳤다.


“Mr. N.?!”


두 사람은 소설가의 마을에서 만든 자서전은 어디 있냐고 물었다.


“그야, 당연히, 마을에 있겠죠.”

“마을 어디에요?”

“마을에서 쓴 소설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죠. 아시잖아요.”

“아, 마을 회관 자료실?”

“거기밖에 없죠. 뭐.”


인재와 민정은 묘하게 궁금해졌다. 이 모든 일에 알약과 Mr. N.이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소설가들이 남긴 자서전을 찾는 것이다. 마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다음 편에 계속>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2화Mr.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