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새우

먹다보니 생각하고 쓰다보니 홍보한다

by 올대리

사실 간장새우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간장새우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아직 학생인 제가 감히 도전하기엔 꽤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으니까요. 간혹 일식 당에서 간장새우 초밥을 한두 개 먹어본 게 전부였습니다. 아, 가끔 사장님들이 서비스로 한두 마리 정도 주기도 했지요. 이 정도면 간장새우 문외한이라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겠군요. 네, 그래요. 저는 간장새우의 ‘간’자도 모르는 철부지 대학생입니다.

이런 저에게도 해 뜰 날이 오려는지 간장새우를 무더기로 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쩌다 엄마가 간장새우를 직접 만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분명 동네 아주머니에게서 정보를 얻은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정말 맛있었습니다. 맛있는 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일단은 거시적으로, 아주 큰 범위에서 맛있다는 말밖엔 찾을 수가 없겠군요. 세부적인 표현은 아래 단락에게 맡겨두지요.

우리 아빠는 새 머리도 함께 먹습니다만 저는 아직 그것을 도전하기엔 새우 병아리인지라. 언젠가 새우 전문가가 된다면 눈을 질끈 감고 새우의 머리를 맞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새우의 주둥이와 수염이 사정없이 제 입 안과 뱃속을 공격할 것 같아서 어쩐지 무섭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위생장갑을 끼고 과감히 새우의 머리를 살며시, 톡, 따 냅니다. 제게 따진 새우의 목덜미를 싱크대에 던지니 이상한 희열감이 들더군요. 허허.

자, 이제 목이 없는 새우가 제 손 안에 있습니다. 통통한 몸통을 입 안으로 가져갑니다. 괜히 뜸은 들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온전히 먹기 위한 행동일 뿐이니까요. 절대로 생각 지우기나 생각 멈추기와 같은 인지행동치료가 아니란 말입니다. 부드럽게 물린 새우는 신비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아삭도 아니고 솜사탕도 아니고 카스텔라도 아닌 것이 이게 뭘까요. 두부도 아닙니다. 그저 새우일 뿐이더군요. 생새우만이 지닌 생새우 식감.


은밀하게 새우의 살을 파고든 간장의 맛이 입 안 곳곳에 퍼집니다. 새우의 껍질 때문에 바삭한 것처럼 느껴지나 이내 곧 새우의 살들이 혀를 점령합니다. 살아생전 새우는 얼마나 날뛰었길래 이렇게 강한 근육을 자랑한단 말입니까. 그래요 마냥 살이라곤 하기엔 제법 단단했어요. 딱딱한 게 아니라 탱글했던 거지요. 인간으로 따지자면 살짝 운동을 한 몸이랄까요. 물렁한 살이 아닌 말랑함과 견고함의 공존으로 이뤄진 살 정도?

밥 한 숟갈과 함께 새우를 오물오물 열심히 씹었습니다. 밥과 함께 할지라도 새우는 본연의 맛을 잃지 않았습니다. 밥은 그저 거들뿐 난 나 일 뿐, 넌 나만 느끼면 돼, 라고 제게 말하는 것 같더군요. 이 글이 끝나는 대로 또! 곧장 새우를 먹으러 갈지도 모르겠군요. 여전히 우리 집 냉장고 간장바다에서 몸을 뒹굴고 있는 새우 10마리가 출렁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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