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리사과

먹다보니 생각하고 쓰다보니 홍보한다

by 올대리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사과요”라고 대답한 적이 없다. 그러나 무더위가 시작된 이 즈음엔 단연코 “아오리사과요”라고 대답할 수 있으리라. 사과와 아오리사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같은 사과 종이라고는 하나 맛도 모양도 색깔도 천지차이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사과는 빨간색이고 사과 맛이다. 음, 사과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사과 맛은 어쩐지 그냥 사과 맛이다. 그러나 아오리사과는 연두색이다. 녹색도 초록색도 아닌 연두빛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맛은 사과 맛에서 약간 떫은 듯한 느낌과 상큼함이 추가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사과 맛의 진화 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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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엄마가 나에게 아오리사과를 건넸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음식이 왜 연두색이지?’ 자고로 연두색 음식이 맛있는 경우는 거의 없지 법이지. 엄마는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과일이니 먹어보는 게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를 설득했다. 나는 홀라당 엄마의 설득에 넘어갔고, 아오리사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이후로 여름만 되면 엄마는 나를 위해 아오리사과를 잔뜩 사다 놓는다. 사과 맛을 교묘하게 빗겨간 아오리의 맛은 보편성을 피해 제 갈 길을 만드는 내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식감도 애매하게 다른 것이 분명 아삭 아삭한데 완벽하게 아삭 아삭하다고 할 수 없다. 뭔가 걸리적거리는 게 목구멍을 강타하는데, 이는 스펀지도 아니고 무도 아니다.


이름도 아오리라니. 아오리 ‘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름이 어쩌다 아오리가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또, 누가 지었는지도 궁금하지만 기똥차게 잘 지었다. 아무렴, 아오리사과는 아오리사과지. 재미없게 ‘Green Apple'이라고 하는 것보단 백배는 나아 보인다. 아오리란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복스럽게 생겼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오리사과는 그 자체로 복덩이고, 딱딱한 감촉 때문에 통통하다고 표현할 수 없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게 귀엽기 그지없다. 이름처럼 순진하고 순수하게 생겼으며 속살은 새하얀 것이 한 입 베어 물면 누구든 미소를 절로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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