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가래떡

먹다보니 생각하고 쓰다보니 홍보한다

by 올대리

알람 없이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더 정확하게는 5시 26분이었지만, 괜히 시간한테 미안했다. 일어나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시간이니까. 이렇게 일찍 몸을 일으키면 피로는 더욱 빨리 찾아오는 법이지. 아마 점심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졸음이 쏟아질 것이리라. 오늘은 유독 약속도 많은 날이고, 수업도 들어야 하니까 최대한 아침에 체력을 끌어 모아야했다. 억지로 눈을 감고 다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깊은 잠에 빠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잠에 빠진 시늉을 해야 했다. 몸은 착각하기 마련이니까. 이 몸뚱어리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연기력이 필요했다.


느낌상 6시가 된 것 같았기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눈을 번쩍 떴다. 곧이어 행동의 버벅임도 없이 휴대폰으로 메일함을 확인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상 시간에 배고픔보다 메일함-매일 아침 글을 주고 받는 사람이 있다-이 우선이 되었다. 쑥 가래떡을 이기기란 쉽지 않은데, 글 이 자식, 제법 대단한 녀석이군. 하긴, 내가 오늘 일찍 일어난 이유도 글을 쓰기 위함이니 글이란 놈은 이미 내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하여 습관을 바꿀 요량이었나 보다. 요망한 것 같으니라고, 알면서도 당해주련다. 아쉬운 쪽이 매달려야지 별 수 있겠는가. 아주 빠르게, 그러나 무척이나 개운하게 씻고는 노트북을 켰다. 그제야 쑥 가래떡이 생각났다. 배고팠기 때문.

쑥 가래떡도 글만큼이나 나와의 응집력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저들끼리의 응집력이 훨씬 강하겠다만, 나 역시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만큼의 열정과 사랑은 있단 말이다. 아침마다 가래떡에게 날 끼워달라고 호소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어떻게든 그들 사이를 뜯어 놓으려고, 파고들려고 냉동고로 돌진하니까. 냉동고의 문을 누구보다 멋있게 열어 젖혔다. 각각의 위생봉투에 3개~5개씩 담긴 쑥 가래떡들이 나를 맞이해줬다. 음, 굿모닝. 오늘은 어떤 놈을 먹어볼까. 이 정도 배고픔과 시간적 여유로 봤을 때는 4개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돌 같은 떡을 그릇 위로 옮기고 전자레인지로 4분을 돌렸다.

굳이 그 녀석과 나와의 관계를 명명하자면, ‘아침 연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메일함에 밀려 눈 뜬 직후에 키스를 나눌 순 없게 되었지만, 그런대로 본인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여전히 나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안달 나게 만들기도 하니까. 글만큼이나 나를 침대에서 일으키는 강한 힘을 갖고 있기도 하고, 때때로 길을 걷다가 생각이 날 때도 있으니, 하지만 우리는 아침에만 만나야 하니까 ‘아침 연인’인 셈이다. 왜 점심이나 저녁에 만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냥 아침에만 만나고 싶고, 아침에만 내키고, 아침이라서 소중하다고나 할까. 사실, 다 내 맘대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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