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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Jan 17. 2021

이 마술, 어떤 마술인가요?

마술인의 생각

    당신의 마술은 어떤 마술인가요?


    마술인에게 자신의 마술에 대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아마도 마술 이름이 먼저 등장할 것이다. '앰비셔스 카드', '샌드위치' 등등. 만약 특별한 이름이 없는 마술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그 마술에서 사용하는 기법이 중심이 될 것이다. '클립 쉬프트를 사용하는 마술', '더블 리프트를 사용하는 마술' 등등.

    만약 방금 마술을 본 관객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관객들은 마술 이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본 마술 현상에 대해서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밖에 없다. '어떤 물건'으로, '어떤 현상'을 보여주었느냐. '고른 카드가 위로 올라오는 마술', '조커 사이에 고른 카드가 나타나는 마술' 등등.


    오늘의 주제는 마술 현상이다.


    모든 마술은 공통적으로, '현상'을 갖고 있다. 현상이 없다면 마술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마술사는 관객에게 현상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언제나 선물을 받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만약 자기 자신조차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 모른다면, 상대방은 당혹스러워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술사 역시 자신이 어떤 현상을 준비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현상은 어디에서 나타나는가? 마술 현상을 결정하는 것은 관객이 무엇을 경험하느냐이다. 두 사람이 같은 마술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전 하나를 없애는 마술을 보여준다고 생각해보자. 이 마술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현상은 무궁무진하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세 가지만 소개해본다.


동전이 무수히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
차원의 틈 속에 동전을 잠시 보관해 둔다.
마법 가루를 동전에 뿌려 투명하게 만든다.


셋 다 같은 트릭과 소재를 사용한 마술이지만, 전혀 다른 현상이 만들어졌다. 현상의 차이는 마술사가 덧씌운 이야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분명 현상은 관객이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술사는 관객이 어떤 현상을 경험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현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하는 이유를 조금 더 소개한다. 마술 현상을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결정할 수 있다면, 그 현상의 세부적인 요소를 떠올리는 것이 더욱 쉬워진다. 어떤 요소가 필요하고, 어떤 요소가 불필요한지 결정해서 조금 더 '사실적인 마술'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동전이 사라진다.' 에서 상상할 수 있는 디테일은 몇 없다.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 막연하고, 포괄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전이 무수히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 라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자. 다음과 같은 디테일을 더할 수 있다. '동전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 손에 가루가 남아있으니, 남은 가루를 가볍게 털어주는 동작을 더하자.'


    마술에 있어서 연출을 부가적인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관점을 따르면, 관객들은 동전이 사라진 걸 기억하지, 마술사가 이에 덧붙이는 연출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입을 턴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이 마술을 단순한 속임수 이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속임수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마술사가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속임수는 마술이 되어, 명확하고 선명하게 관객에게 기억된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당신의 마술은 어떤 마술인가요?




<참고 자료>

다윈 오티즈, 김슬기 역, Strong Magic, 루카스퍼블리케이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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