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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Feb 04. 2021

'내 마술'을 하는 법

신년특집 [독창성] 시리즈 3.

이번 시간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자신만의 마술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내 마술을 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남들과 다른 마술을 하고 싶다는 뜻일 겁니다. 어떻게 하면 내 마술을 남들의 마술과 달라보이도록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아예 새로운 마술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척 어렵지요. 새로운 마술을 만든다는 것은 그저 하나의 기술을 다른 기술로 대체하거나 서로 다른 두 마술을 짬뽕시켜서 짠! 하고 선보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기존에 없었던 마술을 만든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 중에서도 좋은 마술을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애초에 내가 새로 만들었다고 생각한 마술이지만, 이미 옛날에 발표된 마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데, 바로 많은 마술들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수없이 많은 마술사들이 있고, 그들은 각자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분명 훌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고,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그저 그들의 마술을 공부해서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들이 모를 것 같은 마술을 배워서, 보여줍시다. 그들은 여러분이 뭔가 '새로운' 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 같은 트릭인데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차이가 마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전편에서 말씀드린 '캐릭터'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소재'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드를 이용해서 진행하는 마술을 명함이나, 종이 몇 장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까요? 동전을 병뚜껑과 같이 납작하고 작은 물건으로 대체한다면, 같은 마술이더라도 다른 분위기,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예시 중 하나는 바로 도기문 마술사님의 '지휘자' 액트인데요. 지휘자 액트에서 마술사는 지팡이 대신 지휘봉이라는 소재를 사용합니다. 소재가 바뀌었고 그에 따라 마술의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연출을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여러분들은 트릭을 변형하지 않고도 색다른 마술들을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대사와 함께 마술을 했었다면, 이번에는 대사가 없이 마술을 진행해봅시다. 연출이란 결국 마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에 대한 답입니다. 평소에 마술 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 좋은 연출 방법을 생각하다보면 연출과 맞지 않는 트릭을 바꾸어야 할 때가 올 겁니다. 그 때 트릭을 살짝 변형시키는 것이지요.


     새로운 마술을 만드는 이유가, 단지 새로운 기술이나 트릭을 선보이기 위해서인가요? 하지만 관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트릭이 무엇인가?'가 아닌, '현상이 무엇인가?'라는 걸 기억해야합니다. 새로운 방법이 기존의 방법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인가요? 원래는 섞어도 되는 마술이었는데,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니 섞으면 안되는 마술이 되었다고 가정합시다. '섞어도 된다.' 라는 이점을 포기할만큼 새로운 방법이 효과적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술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척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합니다. 왜냐하면 마술에 이야기를 넣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술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말 훌륭한 마술사들도 있지만, 마술을 취미로 하는 저희들에게는 두 마리 토끼를 좇다가 둘 다 놓쳐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마술과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이야기의 리듬과 마술의 리듬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술은 이미 클라이맥스 직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흐름을 끊어야한다면, 그건 별로 좋은 마술이라고 할 수 없겠죠. 마술의 본질은 신기함이고, 신기함을 해치는 요소는 최대한 배제해야합니다.

    이 부분에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도 들어가는데, 작년 여름, 저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마술 공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큐브 마술에다가 이야기를 집어넣는답시고 하이라이트 직전에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을 끈 적이 있었지요. 관객들은 제 이야기를 듣느라 마술에 대한 집중도가 살짝 낮아져 있었고, 제 마술은 본래 가지고 있던 클라이맥스를 100%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마술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내 마술'을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의 마술을 완벽하게,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남은 부분을 우리 자신만이 가진 특징으로 채워넣을 수밖에 없죠. 결국 독창성이라는 것은 모방이 실패하면서 얻어지는 부산물인 셈입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의 2011년 다트머스 대학 졸업 축사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독창성 시리즈 3부작을 마치겠습니다.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마침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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