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 뭘까?

by 설영

요새 혼밥에 대해 레시피를 쓰면서 더욱더 알다가도 모를 것이 혼밥이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주체들이 수동적으로 또는 능동적으로 혼밥을 하는데 각각의 식성에 맞추어 혼밥하는 풍경도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건강한 식사를 위해 정성껏 식단을 차리는 반면에, 누군가는 대충 사먹으면서 자신이 만족스러운 한끼를 했다는 의미에서 혼밥이라고 부른다.

혼밥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지는 가운데, 우리의 갈 길을 똑바로 잡고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무엇이 맞는지, 무엇이 아닌지.

내가 생각하는 혼밥은 내 가난한 이십대를 투영하는 밥이다. 돈이 너무 없었고, 예산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그 때에 나는 닭고기 조차 비싸다고 늘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식재료를 구매했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몹시 짠순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내 생활이 풍요롭게 느껴지는 것은, 학생 때의 막막했던 경험이 그나마 여유있는 지금의 나를 부자라고 느끼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의 레시피는 시금치카레 이다.

오늘은 어쩌다 집에 있는 수입 견과류를 썼지만 다음번에는 볶은 땅콩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큰양파 1개, 견과류 한줌 - 물을 조금 붓고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삶는다. 삶은 뒤 식혀서 갈아 놓는다.

시금치 - 데친 후 잘게 다져놓는다.

카레가루를 미리 물에 개어 놓는다.


다 섞어서 한번 끓여주면 끝.

밑준비에 시간이 걸릴 뿐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 걸쭉해지면 불을 끄면 된다. 크리미한 맛을 즐기려면 물대신 우유를 쓰면 된다. 양파의 단맛과 견과류의 크리미하고 고소한 맛이 카레를 확실히 뒷받침해주고, 시금치는 특유의 단맛과 식감으로 입안에서 적절한 리듬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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