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차 다음 소개팅은 아무 생각 없이 나가보기로

《청순은 무슨, 청춘이 또 하루 지나갔다

by 설야

소개팅 당일 아침이었다.


거울 앞에 앉아 파운데이션을 바르는데 문득,

“오늘은 그냥 좀 아무 생각 없이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왔던 것 같다.

첫 눈에 느낌이 오길 바라고,

대화가 술술 풀리길 바라고,

식당도, 상대의 취향도,

심지어 ‘우리의 미래’까지도 상상하곤 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그 기대들은 늘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괜찮은 사람인데도

‘내 이상형은 아니야’라고 선을 긋거나,

조금만 다르면 ‘아닌 것 같아’라고 도망쳤다.


그래서 오늘은 욕심을 덜기로 했다.

“그냥 잘 다녀오자. 밥 한 끼 먹는 거다.”

그 생각으로 립스틱을 바르고, 코트를 걸쳤다.


소개팅은 무난했다.

상대는 친절했고,

질문도 잘했고,

너무 무리해서 나를 파악하려 들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편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후련했다.

썸도, 연애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나간 소개팅이 이렇게 편할 수 있구나’ 싶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다,

멋진 연애를 해야겠다,

그런 마음보다

그 자리의 내가 괜찮았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오늘의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예의 바르게 웃었고,

불편한 감정을 꾸역꾸역 감추지 않아도 됐다.

다음 소개팅도 그렇게 나가보려 한다.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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