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아이맘 May 09. 2024

순종적인 교육의 시작

 첫 수행평가

둘째 아이가 어제 수행평가를 보았다. 중학교를 올라가서 처음 보는 수행평가였다.

모든 수업이 끝나지 않을 시간에 아이에게 카톡이 왔다.

"수학 80점"

학교 시험은 늘 100점을 맞는 아이라서 나 또한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괜찮은 척 수업이 끝날 즈음에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분명히 울었을 것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주변은 시끄러웠지만 아이 목소리는 담담했다.

"집에 올 거야?"

"저 머리만 자르고 갈게요."

"그래."


난 집에서 아이들에게 먹일 간식을 만들고 있었다.

아이가 돌아왔다.

역시나 침울해하는 표정이다.

"괜찮아. 1학년은 성적에 들어가지도 않고 중요하지 않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나는 괜찮다고 아이에게 한마디 건넸다. 그래도 아이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나 보다.

배가 고팠는지 그래도 생각 없다던 간식은 다 먹고 도서관에 갔다.

평소에는 가라고 해도 뜸 들이면서 겨우 가더니만 오늘은 군말 없이 가방을 챙겨서 간다.


아이는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아빠와 운동을 갔다.

다녀와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밝아져서 돌아왔다.

"재밌었어?"

"엄마. 오늘 복싱 스파링을 했는데 하도 맞아서 정신이 없었어요. 너무 맞으니깐 시험 생각이 하나도 나질 않아."

"그래? 그래도 운동으로 기분이 풀려서 다행이네."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는 오늘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한다.


수학 수행평가를 봤는데 답은 맞았는데 풀이과정에서 계속 감점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만 써야 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솔직히 서술형을 제대로 썼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만 써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한다.

이런 부분은 작년에 첫째 아이 친구가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쓰지 않아서 억울하게 점수가 깎였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그 친구가 속상하겠다고 같이 위로를 해 주었다고 하며 본인도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같이 분노했다. 그때는 내 아이 문제가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우리 집 첫째는 꼼꼼한 여자 아이라서 시키는 대로 풀이도 잘하고 암기도 잘하는 아이다. 그래서 딱히  학교 생활에서 불이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둘째는 남자아이라서 본인 생각대로 풀고 암산도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꼼꼼히 적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둘째는 차라리 문제가 어려워서 답이 틀렸으면 이해를 했을 텐데 답이 맞아도 감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나는 아이에게 수행평가를 잘 받으려면 꼼꼼하게 써야 하고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만 적어야 하고 네 생각으로 건너뛰기 같은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줄 수밖에 없다.


예전에  EBS다큐에서 우연히 보게 된 프로가 있다.

우리나라 서울대에서 A학점을 받는 학생들의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학생들은 오로지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 빼놓지 않고 암기하고 적어내야 A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수업 중에 필기를 다 할 수 없으니 녹음기까지 켜놓고 녹음하고 수업이 끝나면 그것을 정리하고 암기까지 해야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만약에 "교수님과 다른 나의 좋은 의견이 있으면 그것을 리포트나 시험에 적을 수 있나요?" 물어보니

모든 학생들이 "자신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


반면에 노벨상을 8명이나 배출한 미시간 대학교에서 같은 실험을 했는데 그 친구들은 수업 내용을 모두 적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수업시간에 본인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노트에 적어 놓는다고 한다.

만약에 교수님과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것을 적어서 낼 수 있다고 까지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그런 의견으로 교수님이 내 점수를 낮게 주시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과연 AI시대에 우리는 어떤 인재를 기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며 내용이 끝난다.


우리나라 중학교 학생은 서울대에서 A학점을 받기 위한 이런 순종적인 교육의 시작에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은 넓고 갈 곳도 많고 할 일은 많다고 이야기해 준다.


무엇이 맞다, 틀리다라고 따지기 전에 각자의 성격에 맞게 방법을 찾아가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말해준다.

인생에서 어떤 삶이든 실패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작가의 이전글 넌 참 염치도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