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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Nov 04. 2020

우리 아이 글쓰기 어떻게 가르치나요?

(1) 열성적인 독자가 돼라

방송사에서는 직원들을 뽑을 때 글쓰기 시험을 여러 번 치릅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논리적인 글을 쓰는 논술, 주제어를 던져주고 치르는 자유 작문, 다양한 상황을 던져주고 그에 대한 해답을 쓰도록 하는 서술시험 등등. TV 영상을 만드는 회사에서 글쓰기 시험을 제일 중요시한다니 이상할법합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책이란 매체와만 어울릴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영상은 물론 그 영상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기획의 핵심은 오로지 글쓰기에 달려 있으니까요.


우리의 머리는 수만 가지 생각들이 잠깐 동안에도 스쳐갑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여러 퍼즐 조각들 가운데 필요한 것만을 잡아서 바닥에 깔아놓고 퍼즐을 완성하는 것과 닮아있습니다. 집중력이 필요하고, 논리적인 계산,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알아차리는 판단력, 문장과 단어의 리듬에서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좋은 콘텐츠는 그 장르를 불문하고 모두 글쓰기가 기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글쓰기는 어떻게 가르치나요?


열성적인 독자가 돼라  


보통 아이들이 뭔가를 할 때, 부모님도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설거지를 한다거나 샤워를 하려 아빠는 막 속옷을 내리고 있다거나 틀어놓은 TV 드라마에선 고구마 같던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드디어 시원한 사이다를 대접(?)하는 찰나죠. 다들 사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도 아이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머릿속을 나비 떼처럼 떠돌던 생각의 조각을 가까스로 잡아낸 겁니다. 급하게 잡느라 낙서처럼 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대단하고 아름다운 나비를 '내가' 잡아온 것입니다. 급하게 엄마나 아빠에게 종이나 노트를 잡고 달려갑니다.


"아빠 샤워 먼저 하고 보자. 그동안 넌 바닥에 크레파스랑 연필 정리 좀 해~ 다 썼으면 치워야지."


이런! 아이가 신나게 잡은 생각의 나비는 금세 빛을 잃고 맙니다. 아이는 자신의 그림과 글이 담긴 종이를 바라봅니다. 조금 전처럼 흥이 나지 않습니다. 이제 나비를 딱히 찾아다닐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렇게 창작과 멀어지고 글쓰기는 아이 머릿속에서 공부로 바뀌어갑니다.


글쓰기라면 엄마 아빠는 자꾸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나 학원을 떠올립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만든 콘텐츠에 진지하고 크게 반응해주는 겁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조회수나 댓글에 신경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도 자신의 생각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부모의 리액션을 통해 생각 나비의 가치를 평가하게 되는 거죠. '내 이야기를 기뻐하는 독자가 있구나' 싶으면 아이는 흥이 나서 글쓰기에 더 몰입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글쓰기에 대해 할 일은 아주 간단합니다.


"와 아아아 아~ 이걸 다 쓰고 그린 거야? 혼자서? 대단한데? 여보, 이리 와 봐. 어허허. 대단한 작품을 썼네. 샤워는 됐고, 이거 먼저 봐야겠네."


일단 놀라고, 칭찬하고, 함께 자랑하고, 무엇보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작품 감상을 최우선에 두면 됩니다. 아이는 속옷 차림의 아빠가 우스꽝스럽지만  쭈그려 앉아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 모습에 으쓱합니다. 그리고 아빠나 엄마가 읽는 자기 작품을 곁에서 함께 봅니다.


생각의 나비는 전보다 더 밝은 으로 빛납니다.


글쓰기 교육은 어렵지 않습니다. 많이 쓰고 많이 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많이 쓰고 많이 보려면 열성적인 독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열성적인 독자가 생기면 작가는 창작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리를 꼭 기억하세요.





참고자료


우리 아이 글쓰기 프로젝트 : 새보러 가요

https://brunch.co.kr/brunchbook/bird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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