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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Aug 08. 2021

1. 철학이란 무엇일까?

질문요정_소크라테스 편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하는 하굣길 운동장에서 뭔가 반짝이는 물건을 발견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여운 문어 모양의 휴대폰 고리였어요. 흙먼지를 후후 불어내고 손가락으로 닦자 은색의 문어 피부가 실제로 살아있는 것처럼 반들반들하게 만져졌어요. '주운 거니까 분실물함에 넣을까?' 그때 교문 앞에서 학원 선생님이 친구들과 함께 동하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어요. '그래, 내일 등교할 때 넣자!' 일단 휴대폰을 꺼내 문어 고리를 쏙 끼우곤 학원차를 향해 뛰어갔어요.


학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만 수업은 정말 재미없었어요. 친구랑 장난을 치다가 학원 선생님께 꾸중도 들었어요. 동하는 학교에서 배운 걸 학원에서 다시 배우고 컴퓨터 학습지로 또 배우는 게 너무 싫었어요.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다 아는 거라 재미없어. 정말 재미없어. 공부는 지구 끝까지 재미없어.


그때 휴대폰에서 톡이 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학원 선생님이 아까보다 더 무서운 얼굴을 했어요.


"수업할 때는 휴대폰 끄기로 약속했지?"


동하는 분명 꺼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했어요. 선생님의 레이저 눈빛을 받으며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내자 아까 주웠던 문어 고리가 은색으로 반짝 빛났어요. 하지만 동하는 눈치채지 못했어요. 휴대폰은 분명 꺼져 있었어요. 그런데 톡은 아까보다 더 많이, 까똑까똑 하며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당황한 동하가 선생님께 꺼진 휴대폰을 보여드리려 했는데 수업이 끝나 버렸어요. 동하는 억울했고 기분이 최악이 되었어요. 공부가 더 싫어진 느낌이었어요.


집에 와서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들었어요. 문어 휴대폰 고리가 갑자기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꺼진 휴대폰에 갑자기 번쩍하더니 톡방이 열렸어요.


뭐지? 유령이 붙은 휴대폰 고리인가?


너무 무서웠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어요.



질문 요정 소크라테스

질문요정_소크라테스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소크라테스 : 하이

동하 :          누구...?

소크라테스 : 하아... 프사 보면 알잖아. 소크라테스. 그리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 철학자.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ㅋㅋㅋ

동하 :          아... 학습만화에서 본 적 있어요. 너 자신을 알라... 던가?

소크라테스 : 맞아. 근데 아까 듣자 하니 공부가 재미없다고?

동하 :         다 아는 건데 또 듣고 또 공부하고 그러니 재미가 없어요.

소크라테스 : 호오. 확실히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동하 :          헐. 내 말을 다 듣고 있었던 거예요?

소크라테스 : 문어 휴대폰 고리엔 신비한 힘이 있어서 너에게 필요한 철학자들을 언제든 불러올 수 있지. 오늘은 확실히 아는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한 것 같으니 내가 소환된 거고 말이야.

동하 :          포켓몬 같은 건가? ㅋㅋㅋ

소크라테스 : 안 웃김

동하 :           -_-;;;


동하는 친구 장난인가 싶었지만 어쩐지 이야기하는 게 재밌어졌어요. 게다가 소크라테스가 톡을 할 때마다 문어 고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게 정말 신기하기도 했고요. 동하는 소크라테스 아이디가 왜 질문 요정인지 궁금해져서 물어봤어요.


소크라테스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했어요. 그때 문어가 푸른빛으로 은은하게 빛이 났어요. 아마도 누군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런 빛이 나오는 모양이에요.



동하는 불이 꺼진 문어 고리를 보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어요. 용기에 대해 확실히 안다고 느꼈었는데 질문요정 소크라테스의 말을 듣다보니 확실히 제대로 아는 건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철학은 아는 걸 사랑하는 것이고, 알기 위한 방법은 질문이라고 했지? 그리고 질문을 통해 내가 확실히 모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말야.' 동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떠올렸어요. 이제부터 질문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꺼진줄 알았던 문어고리가 빛을 내며 반짝이기 시작했어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


철학(Philosophy)
= 아는 것(지식과 지혜)을 사랑하는 학문
->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끈질기게 질문해야 해요 (문답법)
-> 끈질긴 질문을 통해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돼요 (무지의 지)
-> 내가 모른다는 걸 알고 진짜 지혜를 찾는 생각의 과정이 바로 철학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생각)


1. 문답법과 변증법 : 소크라테스는 진리나 배움의 과정, 즉 철학은 오로지 묻고 답하는 대화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을 질문과 답하기라는 뜻의 문답법이라고 해요. 또 상대방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캐물어 깨달음을 준다는 뜻으로 논박법이나 변증법이라고도 합니다.


2. 용기    : 용기에 대한 대화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이 쓴 대화편에 등장합니다.  장군 두 명이 소크라테스에게 와서 대화가 시작되지만, 결국 용감한 장군들이 용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3. 파리와 산파 : 소크라테스의 별명은 사실 질문요정이 아니에요. 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다니니까,  귀찮게 따라다니며 웽웽거린다고 파리(등에)란 별명을 붙여줬어요. 하지만 그 질문을 통해 생명처럼 소중한 지혜를 탄생시켜준다고 산파(아이를 낳게 도와주는 사람)란 별명도 있었지요.


4. 무지의 지 (모른다는 걸 안다는 뜻) : 무지(없을_무 알_지), 아는 게 없다는 걸 아는 것이 바로 무지의 지에요.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부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늘 자신이 모른다는 걸 아는 자가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르는 건 부끄러운게 아니에요. 모르면서 알지 않으려는 게 부끄러운겁니다.

 

5. 소크라테스의 책 :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책을 남기지 않았어요. 대신 그의 제자 플라톤이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 여러 권의 책을 썼지요.




[소크라테스가 되어봅시다]


동하 : 전 뭐든 다 알아요.


소크라테스 : 그래? 그렇다면 안다는 건 무엇일까?


동하 : 안다는 건 누가 질문했을 때 정답을 말하는 것이죠.


소크라테스 : 정답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지?


동하 : 책에 나온 것이나 많이 배운 선생님들이 말하는 게 정답이죠.


소크라테스 : (소크라테스라면 뒤이어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요? 한번 생각해서 적어볼까요?)



[엄마 아빠를 위한 팁]


생각이 커가는 나이가 되면 아이는 '왜'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게 됩니다. 아이의 질문에 그때그때 모두 답해 줄 수는 없지만 진지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설거지를 하거나 재택근무 중이었다면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한 뒤에 나중에라도 꼭 그 질문에 대해 대화해주세요. 모르는 게 있다면 '같이 찾아볼까?'라면서 검색을 해도 됩니다. 정확한 답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는 질문과 배움의 즐거움을 자연스레 깨닫고 알게 됩니다.


 

[더 알고 싶어요]

변증법은 어떻게 됐을까?

변증법은 소크라테스 이전부터 있었던 말하기 방법입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변증법으로 세상이 발전하는 원리를 주장한 사람도 있어요. 바로 헤겔과 마르크스입니다. 물론 이런 변증법도 1,2차 세계대전과 같이 끔찍한 전쟁을 겪고 의심을 받아요. 변증법에 따르면 세상이 더 좋게 발전한다고 했는데 더 엉망이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나중에는 부정 변증법이 나오면서 비판을 받아요. 궁금하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세요. 
어디까지 의심해봤니?

내가 확실히 아는 것도 의심하라고 했지요? 이러한 의심을 끝까지 해본 사람도 있어요. 바로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데카르트입니다. 데카르트는 호두껍질을 까듯이 의심을 거듭해가다보면 결코 의심할 수 없는 단단한 호두알맹이 같은 진리가 나올 것이고, 그 진리에서부터 철학을 시작하면 확실한 정답을 찾을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1=2라는 당연한 것까지 의심했어요. 원래 답은 2가 아닌데 우리가 계산할 때마다 악마가 나와서 2를 정답이라고 믿으라고 하는 건 아닐까? 철학자들은 이렇게 의심이 많답니다.
착한 대화법은 없을까?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대화를 사용했어요. 하지만 소크라테스처럼 반박과 논박으로 이뤄진 대화는, 파리 같다는 소크라테스 별명처럼 상대방을 무척 피곤하게 하겠죠? 그래서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생각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리를 찾아가는 대화를 할 때 필요한 착한 대화방법을 연구한 철학자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마르틴 부버와 미하일 바흐친입니다. 나중에 배워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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