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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Jun 09. 2024

좋은 리더가 되는 법

리더십에 대해 깨닫게 한 일

회사를 다닐 때 좋은 점은 다양한 리더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너무 긍정적인가? 한발 물러서 별의별 리더를 경험해 보는 게 진짜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는 건 확실히 긍정적인 일이다. 


리더란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리더의 정의는 어떤 단체의 우두머리나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라고 하면 되니 심플하다. 


그런데 또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 무리를 생각해 보자. 양들 사이에서는 가장 힘이 센 수컷이 리더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두머리 숫양 역시 양치기 개가 양몰이를 시작하면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가 양무리의 진정한 리더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더콜리 같은 목양견에겐 지시를 내리는 양치기가 따로 있으니 최종 결정권자처럼 보이는 목장 주인이 리더라고 할 수도 있다.  


양 무리의 진짜 리더는 누구일까? 양들 사이에서 선출된 숫양일까, 아니면 아예 다른 종인 보더콜리? 사람?


양떼가 지나치게 뽀얗군요. 코파일럿 그림


이렇게 생각해 보면 리더란 카테고리의 문제에 가깝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양 무리란 작은 카테고리로 보면 숫양이 리더지만, 양 떼 관리의 영역에선 보더콜리가, 목장이란 큰 카테고리로 보면 양치기가 리더인 셈이니 말이다. 그렇게 카테고리를 키워가다 보면 계급처럼 옥상옥 형태로 리더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회사 보직자가 아닌 노동자도 집안에선 가장이란 이름의 리더이기도 하듯, 리더란 복잡다단한 관계 속에 이름 붙여진 하나의 기능을 일컫는 용어에 가깝다. 다시 말해 사람은 어딘가에선 모두 리더인 동시에 명령과 압력을 받아야만 하는 구성원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리더를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취급하기에 익숙하다. 


특히 회사에서 리더는 '승진'과 동시에 '직함'이 주어지기 때문에 그렇다. 어제까지 지시를 함께 받는 동료 사이였다가 갑자기 지시를 내리는 부장으로 관계 변화가 극단적이다. 그러다 보니 부원들을 양 떼처럼 잘 통솔하며 성과를 내고 싶은 보더콜리의 욕심이 앞선다. 어제까지 양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왈왈' 짓는다. (회사에서 봤다. 진짜 짖는다.) 양치기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다 못해 양치기에 빙의한 듯한 말을 지껄이곤 한다. (회사에서 봤다. 진짜 빙의한다.) 


당연히 리더십은 뜻대로 생겨나지 않는다. 빨리 양치기에게 양몰이에 성공했다고 보고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이내 리더십 학습에 관심을 기울인다. 카리스마 있게 이쪽으로! 라면 모두 따라가고 경외하는 리더십을 꿈꾸며 공부한다. 


경영학 서적이나 리더십 온라인 강연을 들으며 밑줄을 긋는다. '문제 해결도 잘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책임을 떠안을 줄 알고,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까지 있어야 진정한 리더다! 그런데 이런 사람 주변에서 본 적 있으신지?


과연 리더십은 어떻게 해야 생겨나는 것일까?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E중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밴드오브브라더스> 드라마에는 다양한 종류의 리더가 등장한다. 그런데 주인공이자 가장 이상적인 리더인 '윈터스'가 중대원과 대대원의 존경을 받는 과정을 보면 리더십 형성과정을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밴드오브브라더스는 전쟁영화가 아니라 리더십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에피소드 8편에서 공적에 눈이 먼 대령이 지친 병사들에게 무리한 작전을 지시한다. 부대대장이었던 윈터스는 반대하지만 전시에 내려진 명령이었고 군인이자 장교였던 그는 작전을 수행한다. 그 결과 적군 포로를 잡는 성과를 올리긴 했으나 한 명의 아군 병사가 전투 중 사망하고 만다. 종전을 눈앞에 둔 의미 없는 죽음이었다. 모든 부대원이 슬픔에 잠긴 것도 잠시, 포로 생포에 신이 난 대령은 다음날 동일한 작전을 지시한다. 


여기서 훌륭한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대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용맹하고 일사불란하게 사망자 없이 성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윈터스의 결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부대원들이 마치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총소리를 낸 뒤 조용히 쉬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도록. 바로 군법회의니까.'


병사들이, 사형까지 가능한 전시 명령불복종으로 군법회의에 회부될 일은 없다. 작전을 한 것처럼 위장을 하도록 명령한 건 윈터스 소령이다. 그러니 그가 온전히 부대원들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병사들은 그날 자신들 대신 죽음을 각오한 윈터스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리더십은 바로 그 순간 번쩍이며 생겨난다. 


흔히들 리더십을 소리를 치며 윽박지르는 카리스마나, 말을 조근조근 논리적으로 한다든지, '널 이해해' 따위의 감성어 몇 마디를 하면 생겨나는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리더십도 결국은 사람 사이 감정 관계의 문제다. 사람은 영악하게 만들어졌기에 쉽사리 자신의 마음을 내주지 않는다. 


나를 위해 상대가 대신 죽어줄 수도 있구나! 정도의 진심이 와닿을 때 비로소 마음이 열린다. 


나를 살리기 위해 먼저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봤다.  
나도 그런 당신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 


진정한 리더십은 그렇게 생겨난다. 


세상엔 카테고리에 따라 다양한 리더가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한 성품의 사람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리더십도 존재한다. 그러나 진짜 리더십의 속성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본능적 이기심 보다 앞선, 타인을 위하는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못 믿겠다면 우리가 속한 아주 작은 집단, 예를 들어 가정을 보면 된다. 당신이 사랑받는 가장이라면, 그 이유는 내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희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이 사랑받는 가장이라면 이미 훌륭한 리더입니다. 코파일럿 그림


회사에서 이 정도의 리더십을 바랄 순 없겠다고 생각한다면 기괴한 리더십을 흉내 내려 하지 말고 적당히 포기해도 좋겠다.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면, 내 지시를 따르는 상대도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가족, 또는 어떤 가치가 있으리라 상상해 보면 좋겠다. 


그 정도의 공감만으로도 당신은, 우리는, 남보다 나은 리더라고 확신한다. 


울산바위에 다녀왔습니다 아름답고 푸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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