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에 활동했던 플라톤은 많은 책을 남긴 철학자로 유명합니다. 그가 저술한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국가> 등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좋은 글입니다. 1년만 지나도 잊히는 게 베스트셀러인데 2천 년 넘게 생명력을 가진 글을 쓴 비법은 무엇일까요?
그의 글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재판정이나 연회 등 무대 배경이 나오고, 뒤를 이어 소크라테스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어떤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글을 읽다보면 책이 아니라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이 된 느낌입니다.
플라톤이 쓴 글은, 내용은 논술이지만 형식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플라톤은 철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란 선물상자에 넣어 독자에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비법을 잘 활용했습니다. 사람들은 '호모 나랜스(이야기하는 인간)'라고 부를 만큼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뒤따릅니다.
주장에 맞는 비유를 찾아 이야기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까?
논술은 논리적으로 딱딱하게 쓰는 글인데 스토리텔링은 어색하지 않을까?
우리는 앞서 '좋은 논술이란 남과 다른 글'이란 걸 배웠습니다. 모두가 딱딱한 논술문을 써낼 때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남과 다른 논술이 될 수 있어 좋습니다. 또한 스토리텔링과 비유는 그 기법만 훈련하면 누구나 독자를 쉽게 설득할 수 있으니 1석 2조입니다.
이제부터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좋은 논술을 어떻게 쓸 것인지 배워보겠습니다.
[급식시간 편식 금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시오]
유진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급식시간에 잔반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학생들의 편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편식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학교 방송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학생 의견을 방송하기로 하고, 유진에게 방송원고 형태로 써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아래는 유진이 쓰려는 글의 초안입니다.
•서론(주장)
급식시간 일방적인 편식금지는 옳지 않으며, 자유로운 식사를 허용해야 한다.
•본론(근거)
1. 몸에 좋은 음식도 억지로 다 먹으려 하면 소화불량과 배탈이 날 수 있다.
2.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나 체질 등은 사람마다 다르다.
3. 즐거워야 할 식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식사 시간 자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결론(깨달음)
1. 배식 때에는 먹고 싶은 음식과 양을 미리 말하자.
2. 장기적으로는 뷔페형 자율 배식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
3. 금지라는 쉬운 방법 대신, 낭비도 줄이고 식사의 즐거움을 살리는 방향으로 대안을 계속 모색하자.
편식은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성장기에는 고른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전문가인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사님들을 통해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유진은 편식은 나쁜 것이란 당연한 생각 대신, 일방적인 편식 금지의 문제점을 찾아내 남과 다른 글을 썼습니다. 근거도 논리적이고, 결론에서 음식 낭비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으로 학생들을 설득하기엔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활용하여 글을 완성했습니다.
제목 : 풀 먹는 호랑이와 급식
여러분은 풀 먹는 호랑이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어느 날 사냥에 지친 호랑이에게 멧돼지가 말했습니다.
"고기만 먹지 말고, 들판에 널려있는 풀과 뿌리식물을 골고루 먹어봐. 편식을 안 하면 나처럼 튼튼해진다고.”
호랑이가 생각해 보니 그럴듯했습니다. 그날 이후 호랑이는 멧돼지를 따라 풀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먹기 싫은 풀을 잔뜩 먹자 소화불량이 생겼고, 육식동물인 호랑이 체질과 맞지 않아 털도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을 들이려 억지로 먹다 보니 이제는 식사 시간이 싫어져 끼니를 자주 거르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해친 호랑이는 그제야 자신의 체질과 몸 상태에 맞는 음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풀 먹는 호랑이의 교훈은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첫째, 몸에 좋은 음식도 억지로 먹게 되면 체하거나 배가 아플 수 있습니다. 둘째, 호랑이와 멧돼지가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식재료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고, 체질도 다릅니다. 셋째, 식사 시간이 괴로우면 끼니를 거르는 더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풀 먹는 호랑이가 아닙니다.
먹고 싶은 음식과 양을 미리 배식 때 말한다면 음식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형 배식으로 바꿔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금지'는 가장 떠올리기 쉬운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쉬운 방법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편식 금지란 쉬운 방법에 앞서, 음식 낭비를 줄이고 즐거운 식사시간이 될 수 있는 더 나은 해결책을 고민하며 함께 노력해 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논술 + 스토리텔링 = 설득력 있는 좋은 논술
좋은 논술은 남과 다른 논술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당연한 생각과 맞서는 주장을 딱딱한 논리로만 납득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이때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 설득력 있으면서 남과 다른 좋은 논술이 됩니다.
친구를 설득하는 논술이라면 '풀 먹는 호랑이'같은 우화도 좋습니다. 하지만 논술 시험처럼 진지한 글을 써야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럴 때에는 뉴스 기사, 책, 위인 등의 명언을 적절히 활용하면 좋습니다.
뉴스 기사 : 특히 서론에서 최근 뉴스 기사를 인용하면 글의 시의성과 독자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음
서적 인용 : 주장의 근거로서 연관된 책 내용을 인용하면 신뢰도와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음
위인 명언 : 서론에서 활용하면 주의를 환기할 수 있고, 결론에서 사용하면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음
기자가 되기 위해 논술 시험을 볼 때였습니다. 주제가 '언론인이 갖춰야 할 자세'였습니다. 오랜 기간 언론사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였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남과 다른 논술이어야 좋은 논술이기에 그렇게만 쓰면 안 되겠지요? 이때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였습니다.
글을 열면서, 당시 보도되었던 세계적으로 존경받던 언론인의 부고로 시작했습니다. 본론에서는 어떤 자질이 그를 존경받는 언론인으로 만들었는지를 '언론인이 갖춰야 할 자세'와 연관 지어 썼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그분이 남긴 명언을 마지막으로 끝맺음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한 결과, 남과 다른 논술을 쓸 수 있었고 비교적 쉽게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최신 뉴스 기사를 인용했기에 현시점에 어울리며(시의성), 존경받는 언론인의 사례가 주장의 신뢰도를 높여주었고, 그분이 생전에 강조한 말씀을 맺음말로 사용하여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의 스토리텔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아카데미아를 설립한 당대의 유명한 학자였음에도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켜 자기가 하려는 주장의 권위를 높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활용하여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이처럼 좋은 글이란 딱딱한 형식에 매몰되지 않고,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논술임을 플라톤은 알려줍니다.
좋은 논술은 형식상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글입니다.
질문) 정리정돈을 잘하기 위해서는 쓸모없는 물건을 먼저 처분하자는 주장에 사용할 수 있는 비유나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