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의 일기
마티스 전시회를 다녀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맛집을 가는 사람처럼,
새 운동화를 사고 싶어서 러닝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기로 한 사람처럼,
기프트샵에 가기 위해 전시회를 가는 사람이 여기 있다.
기프트샵에서 마티스의 아뜰리에 창문 그림 마그넷을 사면서 왜 이렇게 기시감이 들지 싶었는데 집에 와서 냉장고에 붙이며 보니 작가는 각기 다르지만 무심코 사 모은 창문 그림 자석이 네 개째다. 살바도르 달리의 창문, 에드워드 호퍼의 창문, 마티스의 창문…
부끄러웠다. 나도 모른 내 속내가 이렇게도 투명하게 네 개의 냉장고 자석에 투영되어 집에 오는
모든 손님과 가족들에게 보이는 것이. 한 개도 두 개도 세 개도 아닌 네 개나 창문 그림을 사 모은 여자는 분명히 이런저런 욕구불만 상태일 거라고 누구나 추리할 수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비겁할까. 따뜻하고 안온한 일상에서 탈출할 용기도 없으면서 답답하다고 창문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한계선을 스스로 그어 놓고 그 바깥으로는 나아가지 않는 관찰자. 실전에서 뛸 자신은 없어 오래도록 연습 중인 이미 늙어 버린 후보선수. 편안한 가운데 창문 밖을 바라보며 하는 상념조차도 이렇게 패배주의적인 한량.
당장은 눈이 부시다. 커튼을 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