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섬세하지 못해서 얼렁뚱땅 살아가고 삶에 진중함이 모자란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당신을 만났습니다. 포근한 이부자리보다도 포근한 당신의 품에서 저는 다시없을 하루를 살아갑니다.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은 저와 닮은 듯하여 무척이나 이끌렸습니다. 하나 당신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저와는 무척이나 다른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섬세하고 자상하며 어질고 착하며......' 당신을 표현하자면 사전을 뒤적이며 긍정적인 미사여구는 모두 같다 붙여야 할 것만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정신이 없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흐르기에 무심결에 턱을 매만지다 턱수염이 자라난 걸 보고 시간의 흐름을 가늠합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말끔하게 다니고자 했는데 저는 이리도 지저분한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런 저라도 좋아해 주는 당신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퇴근을 기다리는 데에는 당신의 지분이 매우 큽니다. 1초라도 더 일찍 당신을 보고 싶어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고는 합니다. 얇은 지갑에 매번 택시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마음을 꾹꾹 눌러 접고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머나먼 길을 두르고 둘러서야 집으로 저를 데려다줍니다.
함께 하는 식탁은 매 순간 기대가 됩니다. 당신의 삶이 녹아든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경건한 마음으로 한 숟가락, 한 젓가락씩 꼭꼭 씹어 삼킵니다. 당신의 삶이 제게도 충분히 녹아들어 당신이 저를 이룰 수 있도록 바라고 바라면서 말입니다. 또한, 고르고 고른 식자재를 정성껏 요리해 주시는 당신을 위해 저는 매 순간 당신의 노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요리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하지만 열심히 고르고 고른 단어로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꿈이 당신이 되었단 걸 깨달은 덕분에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한 요즘입니다. 당신의 곁에서 행복하고 싶은 제 욕심만큼이나 당신에게도 제 품이 항상 아늑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우리 건강하여서 서로가 서로를 지금처럼 사랑해 주고 아껴줄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이 행복이 굳건하고 다시 굳건하여서 당신과 나를 이어주고 단단하게 하기를 다시 한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