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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Jun 10. 2024

사랑의 인사

월간감자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섬세하지 못해서 얼렁뚱땅 살아가고 삶에 진중함이 모자란 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당신을 만났습니다. 포근한 이부자리보다도 포근한 당신의 품에서 저는 다시없을 하루를 살아갑니다.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은 저와 닮은 듯하여 무척이나 이끌렸습니다. 하나 당신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저와는 무척이나 다른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섬세하고 자상하며 어질고 착하며......' 당신을 표현하자면 사전을 뒤적이며 긍정적인 미사여구는 모두 같다 붙여야 할 것만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정신이 없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흐르기에 무심결에 턱을 매만지다 턱수염이 자라난 걸 보고 시간의 흐름을 가늠합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말끔하게 다니고자 했는데 저는 이리도 지저분한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런 저라도 좋아해 주는 당신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퇴근을 기다리는 데에는 당신의 지분이 매우 큽니다. 1초라도 더 일찍 당신을 보고 싶어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고는 합니다. 얇은 지갑에 매번 택시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마음을 꾹꾹 눌러 접고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머나먼 길을 두르고 둘러서야 집으로 저를 데려다줍니다.

함께 하는 식탁은 매 순간 기대가 됩니다. 당신의 삶이 녹아든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경건한 마음으로 한 숟가락, 한 젓가락씩 꼭꼭 씹어 삼킵니다. 당신의 삶이 제게도 충분히 녹아들어 당신이 저를 이룰 수 있도록 바라고 바라면서 말입니다. 또한, 고르고 고른 식자재를 정성껏 요리해 주시는 당신을 위해 저는 매 순간 당신의 노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요리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하지만 열심히 고르고 고른 단어로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꿈이 당신이 되었단 걸 깨달은 덕분에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한 요즘입니다. 당신의 곁에서 행복하고 싶은 제 욕심만큼이나 당신에게도 제 품이 항상 아늑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우리 건강하여서 서로가 서로를 지금처럼 사랑해 주고 아껴줄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이 행복이 굳건하고 다시 굳건하여서 당신과 나를 이어주고 단단하게 하기를 다시 한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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