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꾸고 "드라마 작가"를 마음먹었을 때 제일 처음 시작했던 것은 배우는 일이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관련된 지식은 없었기에 용어, 형식, 내용, 분야 등 모든 게 생소했다.
알아보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아카데미들이 있다. 드라마 역시 그랬다.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홈페이지
그러다가 "한국방송작가협회"로 정했던 이유는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있는 교육원 출신 작가가 집필 중인 작품들을 보고 나서였다. 내가 도전했을 때 '지금은 집필 중'에 좋아했던 드라마나 재밌다고 소문난 드라마가 있다 보니, 여기서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무턱대고 신청했다. 만약 지금이라면 '유미의 세포들 2'를 보고 협회에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은 매년 4월과 10월에 방송작가 지망생을 모집 선발한다.
모집대상은 만 19세 이상이면 되고, 방송 작가 지망생이나 분야에 관심 있으면 누구나 지원 가능!
협회를 선택했을 때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직장인인 나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우리 회사는 유연근무제가 가능해서 수업이 있는 날은 30분 일찍 유연근무제를 했다)
기초반의 경우 주 1회 140분 수업을 하고 2개의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낮에는 14시~16시 20분이지만 저녁에는 18시 30분~20시 50분 수업을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충분히 참여가 가능했었다.
(다만, 선호하는 요일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100% 보장되는 건 아니다)
기초반은 주로 드라마의 구성, 자료의 수집과 활용, 실제 원고 분석 토론, 극본의 요소, 시놉시스 작성법, 실습 원고 검토 분석, 드라마의 본질 등을 배울 수 있다.
연수반은 시놉시스 검토 분석, 소재 선택 방법, 복선, 갈등, 위기, 클라이맥스, 반전 연구, 습작 원고 분석 토론 등을 배운다고 한다.
출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홈페이지
드라마 과정 이외에도 구성작가 과정이라고 해서 예능, 라디오, 시사교양 관련 내용도 있다.
처음이었던 나는 당연히 '기초반'에 지원했고 서류와 에세이 심사, 그리고 면접을 거쳐 선발하게 된다. 사실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지원했었는데 운이 좋아 면접을 보러 가게 됐다. 거기서 나는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는 내가 지원할 당시만 해도 면접을 실제 작가님들께서 진행하셨다. 10~20분 이내로 굉장히 짧은 시간에 랜덤으로 면접관님이 배정되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으로 유명한 박해영 작가님께서 면접을 봐주셨다.
내 인생 드라마라고 말하는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님께서 면접을 보신다고 생각하니, 뭔가 흥분되면서도 엄청나게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말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어찌나 말이 떨리고 두서가 없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왜 작가를 하고 싶은건지?', '어떤 드라마를 쓰고 싶은지?' 관련해서 물어보셨고 어떤 스토리이고, 무슨 주제인지 이야기해보라는 말에 정말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말도 안 되는 말을 나열하면서 엄청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고 나서 간단하게 질문도 받아주셨는데, 그때 했던 답변들이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종종 생각난다. "작가에 대해서 너무 로망을 갖지 마세요", "작가는 한 번에 몇 백 페이지를 써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만큼 멋진 일이 아니라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면접장을 나오면서 '떨어졌구나'부터 '내가 너무 이상적인 환상만 가지고 있었나?'라고 아쉬워했었는데 운이 좋게 붙었다.
사실 협회에 '기초반' 수업은 4~5주 차까지는 기본적인 이론에 대해서 배웠고, 이후부터는 교육생들이 1개의 단편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그것을 같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날 수업을 듣고 당황했던 점은 기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연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점이다. '웹 소설 작가', '예능 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보조작가 경력이 있는 분들' 등 정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나와 같은 직장인은 전체 20명 이상 중에 5명 이내라서 '내가 들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럼에도 강의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주관적인 내 느낌 상으로는 분명 장단점이 있다.
협회를 다니면서 느낀 장점은 3가지이다.
첫째, '드라마'라는 분야에 흥미를 확실히 가질 수 있다.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분석부터, 비하인드 이야기, 캐릭터의 욕망 등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둘째, 1편의 드라마를 완결까지 써볼 수 있다. '드라마'라는 분야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1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해보는 거라고 하셨다. 기초반이지만 내가 듣던 수업에서는 1편은 무조건 완성해서 제출해야 수업 때 선생님부터 다른 학생들의 분석을 받을 수 있다.
(TIP. 보통 이론 수업을 하는 5주 이내에 습작 제출 순서를 정하는데 가급적이면 빨리하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비평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더 날카로우면서 직접적으로 말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은, 다양한 작품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최소 20명 이상의 인원이 1편씩 드라마를 써야 하고, 그것을 사전에 읽어야 수업이 가능하다 보니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생각하지도 못한 소재부터, 수강생들이 쓰는 방식 등 다양한 것들을 직접 보고 같이 비평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습득할 수 있다.
무엇이든 완벽한 곳은 없기에 단점도 3가지가 있다.
첫째, 이론적인 수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관심으로 시작하다 보니, 기본적인 형식이나 용어는 물론이고 '지문은 어떻게 쓰는지', '대사는 어떻게 쓰는 건지' 이런 것들을 배울 거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분명 배울 수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혼자서 습득해야 한다.(사실 생각해보면, 그런 것까지 모두 배우기에는 강의가 짧은 거 같기도 하다)
둘째, 본인이 처음 쓴 작품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 그래서 굉장히 큰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매도 빨리 맞자'는 주의다 보니 수업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써서 비평과 분석을 받았다. 드라마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내가 엉망진창으로 쓴 첫 작품을 사람들이 읽고 비평하는 걸 듣는다는 건 사실 꽤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강의의 후반부로 갈수록 비평은 조금 더 직접적이고 신랄해진다)
마지막은, 모두가 연수반으로 진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수반을 다니기 가장 쉬운 방법은 기초반을 다니면서 연수반을 등록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성적순이고, 성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물론, 기초반을 수료하고 나서도 등록은 가능하지만 1편의 작품과 재원 했을 때의 성적까지 고려하다 보니 조금 더 어려워지는 거 같다. 나 역시도 사실 이때는 연수반에 등록할 생각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연수반 학생들을 많이 뽑지 못해서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하셨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안됐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에게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강의 다시 들을 생각 있으세요?'라고 묻는 다면 내 대답은 역시 "YES"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분명 나는 드라마를 볼 때 새로운 시각, 관점 등을 배울 수 있었고 어찌 됐든 1편의 드라마를 써본다는 단순한 목표도 달성했다.
(시나리오를 쓰려고 책상에 앉았을 때 한 글자도 쓰지 못하겠다는 느낌을 이때 처음 알기도 했다.)
여전히 나에게는 좋은 경험과 배움을 줬던 교육이었고, 나중에 1편의 시나리오를 썼을 때 연수반에 다시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직장인이지만 작가라는 꿈을 도전하기 위해 강의를 수강해본 것처럼 여러분의 다른 꿈을 위한 수업이나 강의도 분명 존재한다. 물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 '시간', '에너지' 등 다양한 것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다른 꿈을 찾게 된다면 값진 투자가 아닐까? 한번 도전해보자.
다음 화에서는 '에세이' 관련 수업을 들어본 경험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