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멈춘 자리를 자전거로 달려본다
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단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시간이 없다던가, 교통편이 애매하다던가 하는 이유를 말하지만 사실은 귀찮음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서 어딘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선뜻 집을 나서지 못 했다. 아니 '않았다'는 말이 맞겠다.
두 발을 움직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집을 나서는 귀찮음만 극복하면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은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그 귀찮음을 극복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
자전거는 걸음의 연장이다.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내 체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물론 요즘은 전기 자전거도 많지만)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귀찮음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는 마찬가지다. 대신 일단 밖으로 나가면 걷는 것보다 적어도 5배는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갈 수 있는 엄청난(?) 기동력이 생긴다.
가을이 익어가는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멀리 떠나보기 정말 좋은 시기다. 걷는 것에 비해 빠르고 자동차에 비해 갈 수 있는 샛길이 많다. 게다가 자전거길이 어지간하면(수도권) 잘 되어 있어 체력만 받쳐준다면 꽤 눈이 호강할 수 있는 곳들에 가 볼 수 있다.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 중이라면 전국에 펼쳐져 있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북한강자전거길과 남한강자전거길의 갈림길에서 남한강자전거길을 선택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구'양수철교는 포토존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능내역과 양수역을 잇는 역할을 하다가 신 양수철교로 역할을 넘겨주고 지금은 자전거길의 일부가 되어 많은 라이더들과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멀리 양수대교가 보인다. 철교를 건너고 나면 두물머리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 내친 김에 남한강자전거길을 죽 따라가볼 수도 있다. 남한강자전거길은 나중에 또 이야기해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이제 막 자전거여행에 익숙해지는 시기라면 여기서 두물머리 쪽으로 방향을 바꿔 보는 것도 좋겠다. 볼거리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핫도그나 빵을 좋아하신다면 더더욱)
솔로라이딩(솔라)은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페달을 밟으며 가는 것이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면서 완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솔라가 주는 매력은 무한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가 된 것이 자전거지만 보상은 충분하다. 새벽에 일어나 자전거를 끌고 나가야 하는 귀찮음만 극복한다면 말이다. (다만 속도를 즐기는 분이라면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