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스물여섯(1)
破格詩 파격시
김삿갓
天長去無執 천장거무집
花老接不來 화로접불래
菊樹寒沙發 국수한사발
枝影半從地 지영반종지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
大醉伏松下 대취복송하
月移山影改 월이산영개
通市求利來 통시구리래
하늘은 멀어서 가도가도 잡을 수 없고
꽃도 늙으면 나비가 오지 않네
국화꽃 쓸쓸한 모래밭에 피어 있고
가지 그림자는 땅에 닿을 듯 늘어졌네
강가 정자를 가난한 선비가 지나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앞에 엎드렸구나
달이 기울어지니 산 그림자도 달라지고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 돈 벌러 오도다
김삿갓이 어느 가난한 산골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마침 그 날이 제삿날입니다.
차린 것 없이 조촐한 상을 보며 이 시를 씁니다.
이미 한 번 소개한 방식입니다.
이번에는 독음 전체입니다.
천장은 연기에 그을려 거무집하고
화로에는 겹불 냄새(퀴퀴한 냄새)가 나고
상에는 국수 한 사발
지렁(간장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 반 종지
제삿상에 강정과 빈 사과
대추와 복숭아가 놓여 있는데
월이! 하니까 사냥개가 오고
통시(변소)는 구린내 나네
언어 구사력이 고급지네요, 캬
두 개의 언어를 이렇게 잘 배열할 수 있다니!
김삿갓 시집 (권영한 님)에서 발췌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