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는 여행
그 해, 통영은 특별하다.
통영에 도착한 것은 초겨울 오후가 시작되는 무렵이었고,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바다를 만나 더 신이 나있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바로 꿀빵을 사러 갔다. 다 팔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우리를 기다린 듯 열려있는 가게에서 꿀빵을 사서 먹었다. 맛있어서 마지막 날 비슷한 시간에 들렀으나 닫혀있었다. 운이 좋아 먹은 것임을 모를 뻔했고, 그래서 그 달달함은 아쉬움으로 남아 더 단단한 기억으로 굳었다.
그 해, 통영은 특별하다.
저녁에는 시장에 국밥을 먹으러 갔다. 허름하지만 유명한 국밥집의 국물은 시원했고, 골라먹도록 여러 가지 반찬이 네모난 통에 줄지어 담겨있었다. 나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으니 양념을 더하지 않았고, 그는 매운맛을 살려 먹었다. 각자의 취향으로 양념을 더하여 먹은 시락국은, 아직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 뜨끈한 국물으로 신이 난 바람을 달랠 수 있었다.
그 해, 통영은 특별하다.
낮에는 거북선을 보러 갔다. 그 모양과 크기를 재현하여 바다에 띄워놓은 거북선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의 윤슬이 반짝이고, 바닥은 파도로 인해 흔들렸다. 기우뚱할 때는 서로 잡아주었고, 말없이 바다를 보며 침묵하기도 했다. 그 침묵이 불안해지지 않는 관계. 거북선으로 연결되는 먼 과거는 역사로 남고, 우리는 무엇으로 남을까?
통영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려 했던 소매물도는 쿠크다스 광고 배경으로, 등대 사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람이 강해 소매물도를 못 가고 대매물도만 갈 수 있었다. 원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등대 사진을 찍었다. 그곳에서 찍힌 사진에는 등대를 배경으로 내가 서 있고, 멀리서 무릎을 꿇고 앉아 나를 향해 사진 찍는 그가 있다. 이 사진은 지나가던 분이 우리가 예뻐 보인다며 찍어주신 것이다. 즉석사진기로 찍어 바로 인화해서 선물로 주셨다. 우리는 우리를 멀리서 볼 수 있었다.
그 해, 통영은 우리에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았다. 싸우지 않고, 급하지도 않게, 시간을 잘 쓰다듬다 온 여행이었다.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만나고 오래 붙어있었고, 틈이 없는 만큼 서로를 숨 막혀하기도 했다. 내가 취업하며 생긴 공간의 거리는 그리움으로 바뀌고, 주말만 만날 수 있는 시간적 제약은 배려로 치환되었다.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았고, 시간을 함께 보냈으나 과거를 여행했다. 겨울의 조용한 낮을 가르며 낮게 울부짖는 바람에 출렁이는 파도 그리고 아쉬움이 남은 여행
그 해 통영,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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