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십육
는개 그치네
강민경
찬 바람 싸그락 거리는
시골 고삿길에, 는개 내리면
코끝 간지르는 흙 내음
옷깃 적셔 들고
그윽한 눈에 피어나는 고향
친구들 뽀시락대며 다가오네
비워져 허전한 마음 채우려는듯
폭죽처럼 터지는 저 푸른
함성의 초록잎 같이
첫 봄 소식에 벙그는
처녀 젖가슴 같은 산과 들에서
견딘만큼 참은만큼 출렁여
구석진곳 한곳도 없네
모처럼 볕 좋은 날
노란 산수유 흐드러지듯
시골 고삿길, 흙 내 가라 않듯
는개 그치네
는개는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입니다. 는개 사이를 걸어가면 옷 젖지 않고 촉촉해지고, 가끔 길에 뿌리는 온도를 낮추는 가는 물같은 느낌입니다. 분무기에서 가늘게 흩뿌려지는 정도입니다.
비의 물줄기 강도로 줄세우면 아래와 같습니다.
장대비 > 부슬비 > 보슬비 > 가랑비 > 이슬비 >
는개 > 안개비
는개 떨치고 나서면 펼쳐지는 것은 고향과 봄입니다.
따뜻하고, 그리운 것들이죠.
어느 때에는 비 맞아 젖기도 하겠지만,
지나고 나면
따뜻하고 그리운 것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읽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