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십칠
숨비소리
길상호
파고 높은 시간들이 지나간다
물결 사이를 헤매고 다니다가
수면으로 올라온 우리는 어느새
고래처럼 우는 법을 배웠다
깊고 어두운 바닥에서 주워 올린 건
딱딱한 껍데기를 갖고 있는 미소
그리고 해초처럼 뿌리가 얕은 흐느낌
해류에 떠밀려 흘러가버린 약속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며
난류와 한류의 감정이 교차하는 이곳
끝날 것 같지 않은 자맥질을 한다
아가미도 없이 헤엄치려면
고래를 따라 다시 진화해야만 했다
참고 참았다 한꺼번에 분기하는 숨
이것은 바다가 일러준 생존법
오늘도 나는 맨살에 물옷을 껴입고
출렁이는 바다로 잠수한다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잠수한 후 물 위로 나와 숨을 고를 때 내는 소리로 마치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사진은 고희영 작가의 책 [엄마는 해녀입니다]의 표지로 그림은 에바 알머슨이 그렸습니다.
에바 알머슨은 꽃 머리를 가진 여자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몇 년전 전시회에서 그림도 보고, 저 책도 영상으로 봤습니다. 제 사무실에 에바 알머슨이 그린 그림이 붙어있습니다. 그네를 타는 평화로운 모습 그림의 자석입니다.
에바 알머슨을 좋아하는 건 그녀가 가진 따뜻함과 독립적인 모습으로 여성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녀들은 세상에서 가장 독립적인 여성 중 하나입니다.
그녀들이 오늘도 무사히 숨비소리내며 일하기를 바랍니다.
* 사진은 구글 검색으로 가져왔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