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십사
때
김광규
남녘 들판에 곡식이 뜨겁게 익고
장대 같은 빗줄기 오랫동안 쏟아진 다음
남지나해의 회오리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내 흘린 땀과 곳곳에 쌓인 먼지
말끔히 씻어갈 때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 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 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들일 때
여름은 이제 한참 지났지요.
하지만 "이제 무언가 거두어들일 때"라는 문구가 지금과 어울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밭이나 들에 곡식과 열매가 익어서 이제는 거두어들일 때죠.
시간 참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가을, 겨울, 한 살 먹고,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지나가는 것이 매번 아쉽습니다.
가을이 곁에 있네요.
이 계절도 잘 지내고 보내야겠습니다.
이 가을도 모두 안녕하시길.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