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십이
물
함민복
소낙비 쏟아진다
이렇게 엄청난 수직을 경험해 보셨으니
몸 낮추어
수평으로 흐르실 수도 있는 게지요
수평선에 태양을 걸 수도 있는 게지요
물의 수직과 수평에 관해 떠올리다 보니 이전에 소개한 정건우 시인님의 [직선]이 떠오릅니다.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땅에 수분을 공급하고, 식물이 자랍니다.
그리고 수평으로 흐르며 여기 저기 전달하고, 물을 맑게 합니다.
제가 이 시를 옮겨 적을 때는 회사의 인사 발표 철이었습니다.
엄청난 수직으로 떨어지는 임원의 소식이 들리기도 했었죠.
세상에 필요없는 것이 임원 걱정, 연예인 걱정, 부자 걱정이라지만, 이 시를 적으며 퇴사하게 되신 임원분께서 수평으로 흐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흐르지 않는 물을 썩지요.
그래서 물처럼 흐르라고 하지요.
물처럼 흐르라
법정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않고,
팍팍해지지 않는다.
물은 한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잃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강물처럼 어디에 갇히지 않고
영원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높은 곳에 있다고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습니다.
영원한 것이 없지요.
그렇다면 상황에 맞추어 그저 썩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법정 스님의 말처럼 살도록 해야합니다.
흐르는 지혜를 깨닫는 하루입니다.
오랜만에 옛 노트를 보니, '물처럼 살아라'라고 적혀있습니다. 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나봅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