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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존재의 이유

시 백십

by 설애

나무는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나무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요?


어릴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나무란 끝없이 주는 너른 존재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나무를 배울 때는 나무의 생애를 영위하는 활동들과 그 종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낙엽을 똥이라고 부르는 생물 선생님도 있었고요.

대학교 때 목재로 나무를 배울 때는 활엽수와 침엽수의 구조 차이로 인한 용도의 차이를 배웠고, 종이로 변하는 화학적 과정을 배웠으며, 내구성이나 내화학적 관점에서 목재의 차이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나무는 죽어서 목재가 됩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 목재를 나무로 부르면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함을 혼내곤 하셨습니다.


저에게 나무의 이미지는 여전히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벗어나지 못한, 그 용도로의 나무가 더 큽니다. 최근에 읽은 [떡갈나무 바라보기]라는 책에서 조금 확장되었다면, 움벨트(자기중심적 주변 환경, 생활 터전)로서 나무는 여러 가지 동물들의 집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읽을 때, 나무를 나무로 보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사실, 저 나무도 사람을 비유한 사람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나무가 애쓰는 것을 이해하는 하루, 조금 더 확장해 보면 그 나무 같은 사람을 이해해 보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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