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쬐다

시 백팔십

by 설애

사람을 쬐다


유홍준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사람을 쬔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이들에게는 사람도 쬐는 것이군요.


햇살같은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 온기를 나눌 수 있겠죠.


독거.

혼자 사는 일은 요즘 시대에는 익숙해져야하지만,

그 독거에도 요령이 필요한 듯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1.5가구]라는 개념을 보았습니다.

혼자 살지만, 같이 사는 듯 사는 것

가족과 따로 살지만, 자주 만나는 것

독립의 필요성은 존중하되,

외롭지 않도록 사람을 쬐는 일에 대한 개념이라고

이 시를 보며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쬐는 일.

누군가에게 온기가 되고 햇살이 되는 일


독립하되, 외롭지는 않게
잘 살았으면 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