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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해가 나를

시 여섯

by 설애

아, 해가 나를


황인숙


한 꼬마가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면서

땡볕 속을 걸어온다

두 뺨이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팔과 종아리가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송시리떼처럼 햇볕을 쪼아먹으려 솟구치는 피톨들

살갗이 탱탱하다

전엔 나도 햇볕을

쭉쭉 빨아먹었지

단내로 터질 듯한 햇볕을


지금은 해가 나를 빨아먹네



단내로 터질 듯한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

살갗이 탱탱한 아이가 부럽습니다.

햇볕이 나를 빨아먹는다니,

'아직은 아니야'라고 도망치고 싶네요.

'아직은, 아니야'

그러니 햇볕을 쭉쭉 빨아먹으러 가봅시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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