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콩떡 같은 시간, 꿀떡 같은 순간

by 설애

추석 대표 음식 송편은 반달모양도 있고, 세 손가락을 교차하여 꾹 눌러서 만든 모양도 있다. 모양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다. 떡 안에 들어가는 소는 깨, 밤, 콩 등이 있다. 난 깨랑 설탕이 들어간 달달한 꿀떡을, 남편은 콩떡을 좋아한다.


남편은 콩떡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콩밥도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 먹는 잡곡밥 위에 남편은 콩까지 얹는다. 이제 흰머리가 많아지는 남편은, 검은콩을 예전보다 더 좋아하니 콩을 얹는 것이 안쓰럽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콩을 얹지 말라고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밥에 반쪽만 콩을 얹는 것이다. 콩 있는 것은 남편이, 없는 것은 우리가 먹는다. 그 절충 속에 우리 가족의 화목이 있다.


추석에 떡을 사 오면 꿀떡, 콩떡과 밤떡이 섞여 있다. 분리해 주면 좋으련만 시어머님께서 오래 이용하시는 떡집에서는 이렇게 섞어서 온다. 섞어 달라고 하셨는지도 모른다. 박스 안에 솔잎과 송편이 소복하게 담겨온다. 나와 딸은 꿀떡을, 남편은 콩떡을, 아들은 밤떡을 눈으로 고른다. 흰떡은 콩이 비쳐서 흰콩떡은 거른다. 노란색, 초록색 떡은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다. 흰 꿀떡을 찾아야 한다. 흰 꿀떡이 없으면, 이제부터는 무작위이다. 일단 먹는다. 항상 꿀떡이면 좋으련만, 가끔 콩떡도 있다. 추석에 송편을 먹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콩떡을 먹기도 하는 일이다.


추석은, 콩떡처럼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포함하는 기간이다. 추석은 예전처럼 대식구가 모이는 일없이 단출해졌다. 그래도 차례를 지내니, 가짓수와 양을 예전보다 줄었지만, 차례상을 차리려면 음식은 하루 종일 해야 할 것이다.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가려는 세대와 그 전통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세대가 만나면, 지키려는 세대는 불안을 느낀다. 전통을 전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차례를 지내는 것은 어머님께는 지키고 전수해야 하는 일이고, 내게는 콩떡 같은 일이다. 그래도 기사를 읽고 나니 음식 준비하러 가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당신의 불안이 이해되었으므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작년과 같은 추석이 올해도 왔다. 그 시간은 음식만 해놓고 나면 마음 푸근한 시간이기도 하다.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산을 오르고 차를 마시는.


나는 꿀떡 고르러 간다.
콩떡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꿀떡 같은 순간이 있으므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