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마술,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는 벌써 9권이 국내 출간되었다.
https://brunch.co.kr/@snowsorrow/200
유가와의 친구인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의 요청으로 사건에 관여하길 몇 차례, 그는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을 여러 차례 같이 풀어가게 된다. 그 유명세로 인하여 유가와가 타깃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용의자 X의 헌신]과 [한여름방의 방정식]을 통해 유가와의 변화를 느꼈던 나는 어느새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모두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미루고 미루다, 이 책을 만나고 "최고의 갈릴레오"라고 생각하고 이 글을 시작하여 검색해 보니, 작가 스스로가 "최고의 갈릴레오"라고 적어두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생각한 나는 건실한 독자인지, 그의 의도에 넘어간 쉬운 독자인지 갸웃하다가, 유가와를 창조한 사람인데 어찌 내가 더 잘 알 수가 있겠나 하며, 넘어가기로 한다.
유가와 미나부는 일본 명문대인 데이토 대학의 제13 연구실의 교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유가와 미나부는 노벨상을 탄 일본의 물리학자 유가와 히데코를 보고 만든 인물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유가와는 물리학자답게 과학적으로 사건에 접근하여 범인이 사용한 사건의 과정을 풀어낸다. 유가와 미나부의 특징 몇 가지가 있다.
그는 테니스를 친다. 꽤 오랫동안 해왔으며, 친구이자 형사인 구사나기와 테니스를 치는 장연 묘사에서 구사나기에게 감 떨어졌다며, 운동 좀 하라고 잔소리하며 자기 관리를 잘 해온 모습을 모여준다.
그는 믹스 커피를 마신다. 음식에 까다롭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연구실을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은 항상 믹스 커피로 어딘가에서 커피 머신을 받아 잠깐 아메리카노를 마시는가 했더니 제자에게 줘버리고 다시 믹스 커피를 마신다. 건강 관리를 하는 모습에 대비되는데, 나는 일이 많거나 잘 풀리지 않으면 믹스 커피를 타서 마시는 습관이 있어 이런 유가와가 친근감이 갔다.
유가와는 처음 사건을 접할 때, 질문이 많은데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니 사람들이 '뭐 그런 것까지 묻냐'라고 한다. 유가와는 사건을 다 풀어낼 때까지 말을 안 하며 계속 질문만 하고, 이상해보이는 실험을 해서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경우가 있다. 유가와는 내 의견이 잘 못 되었을 수 있으니 맞다는 확신이 있을 때 말해주겠다고 하며, 이 태도를 유지한다.
요약하면 유가와는 미혼의 30~40대의 자기 관리를 잘하는 명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다.
한 마디를 더하자면 유가와는 사람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도 왜 이렇게 되었나를 고민하여 결론을 낸다. [갈릴레오의 고뇌]의 [조준하다]에서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의 마음도 과학 아니겠습니까.
정말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죠.
나는 이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고, 이 매력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다른 갈릴레오 시리즈에 비해 등장인물이 많고 사건이 복잡하지만, 오히려 사건의 중심이 선명하다. 유가와의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인 고시바 신고의 누나가 어느 날 호텔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신고는 누나의 복수를 결심한다. 그리고 그 복수의 도구는 유가와와 만든 <레일 건>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배경은 시골 마을을 과학 도시로 변모시키려는 <슈퍼 테크노폴리스 프로젝트>다. 그 프로젝트에 관련된 인물들의 갈등과 한 여자의 죽음, 비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입장 차이.
<레일 건>은 과학으로 만들어진 실험 도구이다. 그 도구가 살인의 도구로 변하는 것을 유가와는 알게 된다. 그 살인자가 그의 후배인 신고라는 것도. 이 소설의 결말은 유가와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26년간 쌓아온 유가와라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결론.
사람마다 좋아하는 책도, 마음에 드는 인물도, 여운이 남은 문장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좋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적다 보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 내가 끌리는 지점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나도 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보는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를 더해본다.